수면, 뒹굴뒹굴, 스마트폰… 모두 잘못된 휴식 방법이다
작정하고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은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른다
진정한 휴식이란 ‘나다움’을 되찾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쉬고 싶다. 집을 나서자마자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막상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개운하거나 편안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어딘가 갑갑하거나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머릿속이 어지럽다. 차라리 몸을 바쁘게 움직여서 뭐라도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무언갈 본다, 무언갈 말한다, 무언갈 신경 쓴다, 다시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쉴 수 없고 쉴 생각도 없지만 쉬고 싶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와 휴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 피로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막연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언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휴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휴식이란 ‘피로를 해소하고 건강을 되찾는다’는 목적으로 일정 시간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설명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섬세하고 복잡한 일이다. 잘 쉬기 위해서는 몸의 변화와 반응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하는데 도파민과 같은 각종 자극으로 둔해진 상태로는 이러한 감각을 알아차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진정한 휴식으로 가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친절하고 명확하게 안내한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걸까. 마음에서 우러나온 소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체화된 것이다. 우리는 사회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옳다고 배우며 자랐다. 이러한 심리가 과도하게 작용해 자신보다도 타인의 말과 욕구를 더욱 중시하다 보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자꾸만 놓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반응’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살펴보고,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휴식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되는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다스리는 것으로 스트레스에 맞서는 전략이다. 나를 알고 적(스트레스)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일이 없다.
진짜 휴식은 몸과 마음, 사회를 연결한다
잃어버린 몸의 감각을 되찾고 안정을 취하는 법
일본의 정신건강의 스즈키 유스케의 책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은 총 여섯 챕터를 통해서 스트레스와 휴식의 개념부터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삶에 대한 지침까지 매끄럽게 펼쳐낸다. 먼저 1부 「피곤하지만 쉴 수 없는 사람에게 정신건강의가 알려주는 진짜 휴식 방법」은 스트레스의 개념과 메커니즘을 이론적인 바탕에서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휴식’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전달한다. 나아가 2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열쇠는 ‘자연스러운 흔들림’과 ‘자율신경’에 있다」은 본격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신경계의 종류와 특징을 분석한다.
저자는 스트레스에 따른 몸의 반응과 에너지 효율을 조절하는 ‘미주신경’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누어 분석한 뒤 각 신경의 기능에 의해 스트레스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인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활동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활성화하며 체내 에너지를 조절해 왔다. 달리 말해 특정한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스트레스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몸의 신경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는 것이 곧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인 이유다.
현대사회에선 낮과 밤처럼 인간의 활동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고, 업무나 인간관계 문제처럼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건전한 흔들림이 사라져서 몸이 교감신경 우위인 상태에서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이 만성 피로의 주된 원인인 것이다. 스즈키 유스케는 책의 3부 「사람은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안심’하면 치유되고 회복한다」에서 바로 이러한 부분을 짚어낸다. 다미주신경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에 새롭게 발견된 반응 유형인 ‘동결 반응’을 밝혀내고, ‘허무주의’와 ‘무력감’ 같이 사회 전반에 깔린 우울감은 우리를 어떤 식으로 병들게 했는지 돌아본다.
저자는 이어 4부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적절한 회복 행동을 취하자」를 통해 앞선 장에서 분석하고 나눈 스트레스 유형을 토대로 그에 걸맞은 휴식 행동 지침을 소개한다. 긴장을 완화하거나 운동으로 심박수를 높이는 신체 활동은 물론 ‘내수용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은 인간관계, 동물,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 작품, 사물, 자연 등으로도 안정을 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와 환경이 다르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처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처 방식과 행동을 ‘코핑(coping)’이라고 한다.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돕는 행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신경계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책의 5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BASIC Ph’ 이야기」에선 이 같은 휴식 행동을 체계화한 이스라엘 심리학자의 어느 연구가 소개된다. BASIC Ph 이론은 전쟁이라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스라엘 시민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 관찰하고, 이를 여섯 가지 채널로 분류했다. 그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알면, 해당 채널에 속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휴식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다.
마지막 6부에서는 책을 따라 자신의 스트레스 유형과 코핑 방법을 알고 진짜 휴식법을 찾은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몸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방식을 지향하자」라는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행동에서 오는 움직임, 오감과 같이 ‘몸’이 무엇을 느끼는지에 집중하라고 줄곧 강조한다. 세상과 사회에서 살아남는 일은 중요하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역할을 일시적으로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이 험한 세상에서 강인하게 살아갈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자신만의 리듬에 주목하고, 자기 몸의 소리에 집중할 것. 스즈키 유스케는 그것이 바로 휴식의 진정한 가치라고 강조한다.
휴식의 본질을 알고 새로운 나를 되찾다
조화와 균형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일본에서는 몸과 마음 상태를 연결하는 심료내과라는 분야가 발달해 있다. 신경증이나 가벼운 우울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근거해 몸과 마음의 질병을 치료하는 분야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몸이 힘들고, 몸이 아프면 정신적으로도 고통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필요 이상으로 활동하고 에너지를 쓰면서도 몸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려 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바깥에서만 찾는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이라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스트레스 앞에서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무기력하고 불안한 상태가 삶의 기본 태도가 되어 만성적인 우울과 피로감에 시달렸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부정적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우울감마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긍정할 것을 권장한다.
자아감을 형성하는 데 ‘자기 감각’과 ‘자기 긍정’은 가장 기초적이며 근본적인 요소이다. 어떤 상태이든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비단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풍요로운 삶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자기 자신과 몸, 사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가치나 평가가 외부에 의해서만 판단된다면 삶에 대한 선택권과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스즈키 유스케가 “머리가 아닌 몸이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아니라고 말하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들을 일상의 가까이에 둔다. 몸이 외치는 신호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의 태도와 의식을 바꾸다 보면 휴식은 어느새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 것이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은 다양한 문제들과 일상의 스트레스들로 인해 ‘자기다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이를 되찾도록 돕는 안내서라고 해도 좋다. 스즈키 유스케는 그처럼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는 모든 현대인의 ‘휴식’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