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다시 만나는 원작의 감동
1926년 첫 출간 이후, 세대를 아우르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곰돌이 푸’ 원작 동화 2권을 100주년을 기념하여 컬러 합본 개정판으로 출간하였다. 곰돌이 푸의 인기는 탄생한 지 백 년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16년에 영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서 해리 포터를 제치고 ‘어린 시절 읽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1위를 차지했고, 그보다 앞선 2007년에는 푸의 브랜드 가치가 약 150억 달러에 달해 디즈니 기업가치의 18%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대중성에 힘입어 지금은 패션, 뷰티, 생활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날 푸는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잊지 마, 너는 생각보다 용감하고 똑똑해”, “걱정 마, 비는 언제나 그치기 마련이야” 등의 인생 명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워낙 친근한 캐릭터라 모두가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푸의 팬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조차 원작 동화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애니메이션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딘가 모자라고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배불뚝이 곰’은 아주 단편적인 이미지일 뿐이다.
2018년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에 크리스토퍼 로빈 역으로 출연한 유명 할리우드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푸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다”라고 밝혔듯이, 곰돌이 푸 이야기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인생에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교훈과 가치를 담고 있다. 서툰 모습 뒤에 깊은 마음 씀씀이를 지닌 곰돌이 푸의 모습을 원작 동화 속에서 발견하고 나면 단순히 꿀을 좋아하는 엉뚱한 곰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동화 작가와 삽화가가 만들어낸
어른이 되어도 잊지 못할 순수한 판타지의 세계
오늘날 빨간 티셔츠를 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유명한 곰돌이 푸는 1926년 영국의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탄생했다.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을 위해 평소 아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들을 캐릭터로 삼아 행복과 우정, 사랑, 희망 등 전하고 싶은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담아 동화를 썼다. 잡지사 동료였던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가 삽화를 그려 상상 속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그 후 1966년에 월트 디즈니가 만화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부터 작가가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집필한 동화였기에 이야기 곳곳에는 깊은 애정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현대지성의 100주년 기념 완역 전집은 각각 1926년, 1928년에 출간한 두 권의 원작을 한 권에 담아 한 호흡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1권 〈위니 더 푸〉에서는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 숲속 동물 친구들을 소개하고 본격적인 이야기의 서막을 연다. 푸가 꿀을 얻으려다가 팔을 번쩍 든 채 굳어버리고, 래빗네 집에 놀러 가서 욕심을 부리다가 문에 몸이 끼어버리고, 친한 친구 피글렛과 수상한 동물을 추적하러 길을 떠나고, 당나귀 이요르가 꼬리를 잃어버리는 등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못 말리는 동물 친구들이 함께하는 100에이커 숲의 특별한 하루하루가 펼쳐진다. 어딘가 부족한 듯하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매일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푸를 만날 수 있다.
2권 〈푸 모퉁이에 있는 집〉에서는 새로운 친구 티거의 등장과 함께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의 성장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룻밤 새 이요르의 집이 사라지고, 피글렛이 무서운 헤팔럼을 다시 만날 뻔하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아침마다 자취를 감추고, 이요르가 강에 빠져버리고, 래빗이 천방지축 티거를 따돌리려다 오히려 길을 잃어버리는 등 1권에서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고 시끌벅적한 동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인생에서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서로를 위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다. 마지막에 숲이라는 마법의 세계를 떠나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로빈이 푸와 나누는 대화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인생 문제를
무릎을 맞대고 다정히 알려주는 함축적인 동화
밀른은 책에서 영어 단어의 철자나 발음을 활용한 무해하고 독특한 유머를 자주 선보인다. 예를 들어, ‘탐험’을 “타멈”이라고 하고 ‘재규어’를 “재귤라”라고 말하는 등 푸가 종종 헷갈리는 철자나 틀린 단어를 아이의 순수함과 익살스러움을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로 사용한다. 또한 푸의 느긋한 말투, 이요르의 냉소적인 말, 피글렛의 소심한 생각 등을 나타내는 문장도 곳곳에 배치해 캐릭터의 고유한 성격을 그려낸다. 따라서 원작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번역하는 일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이에 국내 정상급 번역가이자 영문학에 조예가 깊은 이종인 역자가 원문을 읽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표현과 언어유희 등을 각주로 친절하게 부연 설명했다. 또 밀른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묘사와 캐릭터들의 천진한 입말은 최대한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뉘앙스를 살렸다. 나아가 더 입체적으로 푸를 만날 수 있도록 부록으로 역자의 작품 해설과 관련 사진도 실었다.
아이에게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주는 동화로 시작된 곰돌이 푸는, 이제 100년이 지나 성인이 된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원작 삽화가가 직접 그린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 250컷을 한 번에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장점이다. 소장 가치를 높인 양장 제본, 금박 후가공 등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만듦새로 새롭게 출간하는 현대지성 『곰돌이 푸 전집』을 만나보자. 어렴풋이 알고 있던 푸를 가슴 깊이 만나는 시간을 통해, 어른이 된 지금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조금은 느긋하게 행복을 만끽해도 괜찮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