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공연기획자 및 의상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뇌경색을 만났던 저자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뇌경색을 계기로 재발견한 가족 사랑의 소중함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고난이 유익이라! 중병마저도 축복의 통로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증언들로 가득하다. 달라진 눈으로 새로운 감각과 자세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환한 얼굴과 몸짓을 떠올리게 하는 사연들이다. 잔잔한 문체를 통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에세이모음집이다.
어떤 깨달음일까? 인생은 우리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깨달음이다. 평생 건강 걱정을 하지 않던 저자에게 뇌경색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보며, 어느 누구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한다.
육아에 대한 깨달음도 있다. 삼남매를 키운 경험을 통해, 아이들마다 각기 타고난 기질이 다르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아이들 마음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애썼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니 아이들은 자신들이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더라는 증언은 아주 소중하다. 그렇게 키운 아들이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가 되어, 서강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었다니,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획일적인 교육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현 교육을 반성하게 하는 발언이다.
사랑으로 키운 세 자녀가, 거동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장면은 특히 감동적이다. 내리사랑만 있다고들 하지만, 치사랑도 살아 있다는 사실 앞에 마음 놓인다.
그간 자신을 키워준 모든 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세세히 회상하는 글들도 흐뭇하기만 하다. 오늘의 내가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건만 까마득히 잊었던 각자의 인연들을 생각하게 하는 회고담들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조각보작품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시도는 어떤가? 고인이 입던 옷을 태우기 바빴던 그간의 관행을 깨뜨린 참신한 발상 앞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체취가 남은 옷 조각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영원히 기억하기! 1년 한 차례의 기제사보다, 어쩌면 이런 방법이야말로 고인과 우리를 연대하여, 오늘의 삶을 경건하게 채우는 방법이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뇌경색 이후 완전히 다른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느낀 이야기를 썼다.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게 잡아준 가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썼다. 사는 동안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마음속은 천국과 지옥을 종횡무진 딜리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