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는 단순한 배열이 아니다
프레임, 가치, 그리고 인생의 질서다!
이 책은 ‘순서’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철학과 조직론, 사회적 위계, 행동의 우선순위, 감정과 건강관리, 인간관계, 생산성과 전략, 글로벌 시장과 인재경영에 이르기까지 무려 250여 개 꼭지를 통해 삶의 모든 면을 통찰한다.
순서는 단순한 배열이 아니다. 어떤 것이 앞서느냐는 그 자체로 ‘가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직도 ‘남녀노소’ ‘남부여대’처럼 남성을 앞세운 언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사농공상’처럼 직업의 위계를 말에 새겨 넣는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공부 잘하면 법대’라는 오래된 서열에 익숙하다. 서양의 ‘식Food, 의Clothing, 주Shelter’와 달리 우리는 ‘의식주’라고 표현하면서 ‘먹는 것’보다 ‘입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렇게 단어의 순서 속에는 시대정신과 문화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순서는 프레임이다. 무엇을 먼저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체 맥락이 달라진다. 발표에서 칭찬을 먼저 할지, 문제점을 먼저 지적할지에 따라 사람의 감정 반응은 크게 바뀐다. 강연의 흐름, 회의의 분위기, 노래 경연의 순서 하나가 평가의 기준을 흔들 수 있다. 평가란 객관이 아니라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의 심리일 수 있다. 순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렌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조언 중 “좋아하는 일을 하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되묻는다. 좋아하는 일은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가? 대부분 좋아하는 일은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정성껏 해내는 가운데 비로소 그 일이 좋아질 수도 있다. 순서를 바꾸면 길을 잃는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난 다음 비로소 ‘좋아하는 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순서는 생산성을 결정한다. 도요타는 ‘무리, 무다, 무라(편차)’라는 세 가지 낭비를 경계한다. 이 중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이 ‘무라’, 즉 들쭉날쭉한 흐름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리가 생기고 무리는 결국 낭비를 부른다. 스웨덴은 제설작업의 순서를 바꾼 것만으로 여성의 부상률과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 눈을 먼저 치워야 할 곳은 자동차 도로가 아니라 보행자 도로였던 것이다. 순서를 바꿨을 뿐인데 도시의 안전이 달라졌다.
순서는 예의다. 어른이 먼저 식사하는 전통처럼 순서는 존중과 배려의 표현이다. 동시에 신뢰의 기반이기도 하다. 줄을 서는 질서가 무너질 때 사람들은 분노한다. 선입선출FIFO은 단지 물류 원칙이 아니라 우리 삶의 기본 윤리다. 순서는 곧 공정성이고 공정성이 곧 신뢰다.
순서는 ‘첫 번째 법’이다. 알렉산더 포프의 말처럼 “순서는 천상의 첫 번째 법칙Order is heaven’s first law”이다. 우리는 기기 전에 걷지 못하고 걷기 전에 뛰지 못한다. 선후의 구분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도를 깨닫는 첫걸음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지키는 순서는 어떤 가치를 말해주고 있는가? 그리고 그 순서를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