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사유를 복원하다
『염상섭 문학과 대안근대성』은 염상섭의 소설, 비평, 언론 활동 전반을 텍스트로 삼아, 그의 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염상섭 문학을 "횡단적 사유의 실천"으로 규정하며, 이를 통해 한국문학 내부의 경계들 — 예컨대 국문학과 서구문학, 사실주의와 이념문학, 식민과 탈식민 — 을 해체하는 문학적 장치를 추적한다.
‘횡단성(transversality)’은 염상섭이 단일한 문예 흐름이나 정치 이념에 귀속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반응한 문학적 태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염상섭의 글쓰기에는 당시 제국주의 질서와 민족 담론, 그리고 계급 운동 사이의 긴장이 반영되며, 이는 단일한 관점으로 수렴되지 않는 복잡한 층위의 근대 경험을 드러낸다.
책은 각 장마다 염상섭의 주요 작품과 논설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그가 드러낸 언어의 균열, 아이러니, 자기반성적 서사 등을 통해 어떻게 한국문학이 ‘탈경계 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 책은 문학이 단지 시대를 반영하는 수동적 매체가 아니라, 시대의 틀 자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이론적 실천의 장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