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담아낸 소설이 있을까?
“난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를 믿어보고 죽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되어줄 건가요?”
어쩌면 잔잔한 소용돌이 같은, 애틋한 퀴어소설
《마음》은 총 세 부로 구성되어 있다. 〈상. 선생님과 나〉에서 화자인 ‘나’는 바닷가에서 ‘선생님’이라 부르는 남자를 만난다. ‘나’의 입을 빌리자면 선생님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속에 들어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이다. 〈중. 부모님과 나〉에서 ‘나’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에 내려가고, 그곳에서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일자리를 ‘선생님’께 부탁해보라는 엄마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선생님’으로부터 도착한 늦은 답장에는 “이 편지가 당신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 죽었을 테지요.” 하는 구절이 담겨 있었고, ‘나’는 ‘선생님’이 있는 도쿄로 향하는 전차에 올라 편지를 차근차근 읽어나간다. 소설의 절반 분량을 넘게 차지하는 〈하. 선생님과 유서〉는 ‘선생님’이 ‘나’에게 남긴 유서의 전문이다. 거기에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선생님’이 세상과 단절되어, 모든 인간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게 되었는지 그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음》을 퀴어문학의 관점으로 읽으면, 이 작품이야말로 ‘고요하고도 격렬한 퀴어소설’로 손색없게 느껴진다. 나와 선생님, 선생님과 그의 친구 K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 더 깊이 있는 관계로 해석되며, 소설의 문장들이 담고 있는 의미가 새롭게 읽힐 것이다. 유서 속 ‘선생님’은 말한다. “나는 인간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를 거침없이 당신의 머리 위에 드리우려 합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건 없습니다. 어둠을 똑바로 응시하고, 그 속에서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붙잡으세요.”
소설 속에서 ‘선생님’은 “사랑은 죄악”이라면서도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다르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 마음은 오래전부터 사랑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쩜 이렇게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담아냈는지! 다 읽고 나면 인간이란, 사랑이란, 삶이란, 죽음이란, 시대의 윤리란, 고독이란, 자아란, 믿음이란, 비밀이란, 진실이란…… 무엇이고 또 무엇일지 자꾸만 질문들이 피어난다. 좋은 이야기는 하나의 분명한 정답을 말하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읽고 나면 스스로의 마음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명작,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