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기록이자 감정의 지도
이 책은 마을에 살았던 주민 중 열여덟 명이 자신이 살았던 ‘수동’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단순한 회고에 머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마을 지도에 가깝다고나 할까.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지워지고 있는 ‘마을’이라는 공동체의 풍경, 그리고 그 속을 살아낸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에서 자라난 이들이, 이제는 각자의 삶터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글들 속에서는 고단했지만 정겨웠던 날들, 부모의 굳은 손과 어린 날의 공복, 지게를 지고 오르던 배룽 길과 밤송이 한 톨에 설레던 국민학생의 심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글에서는 아버지의 음복잔을 부러워하던 딸의 시선이, 또 다른 글에서는 황어 떼를 따라 기린 목이 되던 아이들의 장난기가,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손수레를 끌던 이웃의 뒷모습이 되살아난다. 이 기억들은 단지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내면에서 살아 있는 풍경이다. 그렇기에 ‘수동마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속 고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