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넘어서는 지혜와 생존자들의 전략을 담은 ‘어른들의 도덕 교과서!’
우리는 종종 이솝 우화를 ‘교훈적인 이야기’로 오해한다. 쉽게 말해 ‘공자님 말씀’이라는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처럼 우리가 어렸을 적 듣고 보았던 몇 편의 이야기가 이솝 우화의 전부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솝 우화’ 하면 누구나 다 아는 원칙적이고 뻔한 이야기일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실제 이솝 우화는 이상을 설파하기보다는,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전략과 통찰을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다 아는 그 뻔한 이야기조차 그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숨겨져 있다. 가령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는 성실함에 대한 찬사인 동시에 효율과 생산만을 숭배하는 사회에 던지는 냉소이고,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는 거짓말의 대가에 관한 우화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반복되는 외침에 무뎌지는 집단의 무관심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솝 우화는 읽는 이의 눈높이에 따라서 동화가 되기도, 철학이 되기도, 날카로운 사회비평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솝 우화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어른들의 도덕 교과서’라 하겠다.
라 퐁텐의 우화에서 찰스 슐츠의 스누피까지,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준 우화 문학의 진수!
이솝 우화는 그리스 신화와 일상적 민담의 접점에서 탄생해, 이후 2천 년 넘게 전 세계 문화에 깊은 자취를 남겼다. 유피테르(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사유하게 되었고, ‘정직이 최고의 방책’임을 일깨우는 이야기는 동서양의 수많은 민담과 전래동화 속에서 반복되고 재창조되었다. 이솝이 처음 시도한 동물 의인화는 라퐁텐의 프랑스 우화로 이어지고, 오늘날에는 찰스 슐츠의 ‘스누피’, 월트 켈리의 ‘포고’ 같은 캐릭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이솝 우화’는 단지 고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 만화와 정치 풍자에 이르기까지 당대 문화의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이야기의 원형이자,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준 우화 문학의 진수로서 앞으로도 계속 살아서 퍼져나갈 상상력의 원천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