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따뜻하고 유쾌한 제로웨이스트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일상에서 장바구니를 늘 휴대하거나 개인용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게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쓰레기로 넘쳐난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이 주를 이루었고, 바쁘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배달 상품을 즐겨 찾는다. 과포장된 택배 상자, 플라스틱들이 현관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일상화된 풍경이다.
이렇게 플라스틱을 남용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서 지구는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닥치는데, 우리에게 남은 건 단 0.5도라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 문제가 핵전쟁 급으로 우리에게 소리 없이 다가온 것이다.
이렇게 기후 문제가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여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운동인 ‘제로웨이스트’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던 유정 씨는 왜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게 됐을까?
지은이는 보통의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마치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살아갔다.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인스턴트식품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그러자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그때 일회용품이 가득한 집 안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계기가 건강이었다면, 두 번째 계기는 독일 함부르크 여행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제로웨이스트 샵’에서는 다양한 곡물과 식자재, 샴푸와 섬유유연제 등을 포장 없이 살 수 있었다. 한 번도 세제 용기를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그녀에게는 처음 보는 신선한 장면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환경보호’는 자신과 먼 ‘환경운동가’만이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함부르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평범했다. 유리 용기를 들고 샵을 찾은 할머니, 쓰레기를 주우며 뛰는 동네 러닝 크루, 에코백을 들고 제로웨이스트 카페를 찾는 대학생은 모두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시민들이었다. 그녀는 함부르크 여행을 통해 환경을 위하는 일이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어려운 게 아님을 깨달는다. 그녀는 간단한 결론에 이른다.
“멋있었고, 따라하고 싶었고, 그리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속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며 얻은 지은이의 노하우가 아낌없이 담겨 있다. 쓰레기 없이 장보기, 쓰레기 없이 커피 즐기기, 샴푸바 찾기 같이 생활 속에서 재밌고 쉽게 할 수 있는 실천을 주로 담았다. 쓸수록 하얗게 변하는 소창 행주는 하루를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살림 친구가 되었고, 떡볶이와 김밥 등도 스테인레스 통에 담아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용기 내어 말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젊은 사람이 참 생각이 좋다’며 칭찬을 듣기도 하고, 스스로 알 수 없는 뿌듯함도 느낀다고.
엄격하고 적극적인 환경운동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지은이처럼 오늘 하루만이라도 플라스틱 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아지면 좋겠다. 세상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 하나가 건강히 사는 것이, 오늘 내가 행복하고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