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사쿠라코 이야기
아내의 독촉에 못 이겨 벚꽃 시즌에 일본 교토로 여행을 오게 된 철호네 가족. 뭘 해도 비싼 성수기 물가를 피할 수 없었지만 철호는 그나마 저렴한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둔 덕분에 조금 마음이 놓인다. 벚꽃 구경을 마친 뒤 어둑해진 밤이 다 되어서야 외곽에 위치한 숙소에 겨우 도착했는데, 그들을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기모노 인형들이 가득 줄지어 선 자판기였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흔하지만 어딘가 비범한 스낵 자판기 한 대. 그는 자신이 파는 상품과 그걸 구매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존재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좋아하던 그가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여기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매일 자신을 관리해 주는 남자 철용 씨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철용 씨에게 끔찍한 비극이 닥치고 만다.
오란씨는 맛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저녁 산책은 희수의 평범한 일과 중 하나다. 그날따라 유난히 말을 듣지 않는 강아지 때문에 진땀을 흘리느라 갈증을 느끼던 희수는, 마침 공원의 으슥한 구석에 위치한 음료 자판기 한 대를 발견한다. 창백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진열대에서 희수가 음료를 고르는 동안, 강아지는 전에 없던 경계심을 드러내 보이며 매섭게 짖어 대기 시작한다.
솔의눈 뽑아 마시다 자판기에 잡아먹힌 소년 아직도 학교에 있다
교무실 옆 복도의 음료 자판기에서 ‘솔의눈’을 발견하고 신이 난 친구 석영. 나는 게임 승급을 도와준다는 석영의 말에 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주긴 했지만 도무지 녀석의 기괴한 음료 취향을 이해할 수가 없다. 지폐를 넣고 솔의눈을 뽑으려는 순간, 문득 머릿속에 생경한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잠시 후, 음료를 뽑아 들려던 석영이의 팔이 자판기에서 빠지지 않는다.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 했대
입사 이후 11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는 광고 회사에서 야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나는 팀에서 만든 시대착오적 광고가 논란이 된 탓에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카페인이 절실한 상황에서 탕비실 자판기마저 먹통이 되자 분노가 폭발하는데, 잠시 후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가 굴러떨어지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투입구에서 되돌아 나온다. 커피로 ‘구해 주세요’라는 글씨가 적힌 채로.
로그라이크
장하민은 퇴근길 인적이 드문 뚝방길에서 낯선 건물을 발견한다.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길에서 처음 보는 듯한 건물의 존재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다급한 요의를 처리하고자 다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건물 안에는 ‘로그라이크(Rogue-like)’라는 네온 간판이 달린 새빨간 자판기 한 대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