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진짜 마음이 쉽게 상하고 관계가 생각처럼 안 풀릴 때 많잖아. 그냥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크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어. 근데 나만 그런 거 아니더라.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그런 시기를 한 번쯤은 겪었을 거야. 그때는 진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쿵 내려앉고, 괜히 계속 생각나고…… 마음이 쉽게 아팠지. 근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아. 그만큼 진심으로 누군가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단 뜻이니까. 아마도, 우리가 서로를 너무 가까이서 들여다보려고 했던 거 아닐까? 그러다 보니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고, 서운함도 오래 남고 그랬던 거지.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마음들도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 테니. 마치 새벽에 내린 첫눈처럼,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치고 따뜻한 햇살에 녹아내리듯이. 지금 느끼는 그 서운함이나 아픔도, 사실은 우리가 자라고 있다는 신호일 거라 생각해. 진심이 있었다는 증거니까. 괜찮아질 거야.
이사람의 청소년시는 이처럼 어른스럽다. 그냥 어른 흉내가 아니다. 청소년으로서 내적 성숙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진리에 도달해 가는 과정을 내재화한 것이다. 이사람 청소년시집은 시적 화자나 대상에게 성별을 부여하지 않고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그 덕분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생기는 친숙 관계를 우정과 사랑 사이의 것으로 절묘하게 그려 낸다. 한편 청소년기에 세상에 대한 이치를 깨달아 가는 성장의 과정을 세밀하고 미세한 언어 감각으로 드러낸다. 또한 자칫 청소년기에 자신의 실제 감정을 숨기고 짐짓 어른스러워하는 태도로 자신을 위장하는 습관을 진정 긍정적인 성장 과정으로 치환해 한 편 한 편 모양 좋은 시적 형태를 얻어 낸다. 이사람의 청소년들은 ‘아직 오지 않은 우리들의 안녕’을 진정한 ‘안녕’으로 기대할 수 있는 성숙한 청소년이다. - 박덕규(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