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치유농업사를 꿈꾸는 벗들에게
거의 20년 전 우연히 TV에서 네덜란드의 치유농업을 소개하는 다큐를 보면서 퇴직 후 제2의 인생 버킷으로 치유농업을 꿈꾸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선견지명이 좋았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퇴직과 치유농업법 제정이 일치하였다.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제1회 치유농업사 양성 과정에 등록하였는데 문자나 카톡 어느 하나 안내가 없어 개강 전날 연락하였더니 면접 불참으로 불합격이란다. 참 어이가 없었지만 한 해를 기다려야 했다. 전화위복인지 마침 집에서 가까운 동양대학교에서 강좌가 개설되어 편하게 교육을 받았다.
교육도 열심히 받고 그보다 좋은 강사님, 나처럼 치유농업사를 꿈꾸는 동지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자격시험은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1차 객관식 평가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같이 공부한 동지들 절반 이상이 불합격의 쓴맛을 보았다. 2차 논술형에서 54점으로 나 역시 쓴맛을 경험했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정신없이 써나갔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조선시대 과거에 낙방한 선비의 마음이 이랬을까?
2023년 3회 시험, 2차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합격을 확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또 낙방, 58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3문제 중 1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정답에 가깝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이해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이의 제기도 해보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듣고 싶었다. 예를 들면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식량 안보 기능과 무엇이 다른가? 더구나 논술형인데......
서너달을 마음을 못 잡고 헤메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유튜브도 보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하나하나 이해가 될 때까지 공부했다. 어쩌면 확실한 자격을 갖추라는 계시라는 마음으로 다져나갔다.
2024년은 1차 시험도 문제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보다 복합적 융합적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 이제 제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었다. 2차 시험도 불편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되어 무난하게 합격증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결코 쉽지않다는 결론이다. 사법고시, 행정고시처럼 합격하면 뚜렷하게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만큼 어려울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더 많은 치유농업사를 양성하여 이후 다양한 연수와 교육을 통해 자질을 향상함으로써 치유농업의 토대를 다지는 것이 뒤늦게 시작한 한국 치유농업에 도움이 되지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처럼 자격시험으로 고생할 치유 동지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이 책을 써보았다. 물론 이미 출간된 문제집들도 있지만 여러 차례 시험을 겪은 수험생으로서 준비하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만들어보려 하였다.
가장 좋은 공부법은 그날 들은 강의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의 1차, 2차 문제를 그날 즉시 풀어보기를 권한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입각한 공부 방법이다. 아마 하루 1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혹 시간이 되면 다음 강의 내용에 해당하는 문제를 미리 풀어보고 강의를 들으면 강의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을 확신한다. 이렇게만 해도 60점 언저리는 될 것이지만 확실한 합격을 위해서는 1달에 1번 배웠던 내용에 해당하는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본다면 70점 이상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공부하면서 더러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가 언어 문제였다. 학술적 필요에 의한 전문적 용어는 어쩔 수 없다지만 더 쉬운 말로 이해를 도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능한 쉬운 말로 이해를 도우려 하였다.
우리나라 치유농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사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으면 나 자신 치유도 어렵다. 그러나 영리만 추구하기보다 내 농장을 찾아오는 손님의 건강과 아울러 나의 건강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삶이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 없지만 소백산 노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늙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치유농장을 가꾸려 한다. 행여 어설픈 잠자리라도 하룻밤 묵어갈 손님이 있으면 함께 막걸리 한잔 나누며 시 한 수 지어보는 것도 소망해본다.
2025년에는 더 많은 치유 동지들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2025년 3월 어느 좋은 날에
흰머리 소년 김현규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