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소설가와 ‘못 파는’ 편집자
두 사람의 진심이 완성한 ‘책’이라는 하나의 세계
작가와 편집자가 쓰는 일, 읽는 일에 매달려온 1년을 그려낸 작품. 우리가 지금 머무는 이곳에서 잠시지만 확실히 벗어나게 해줄, 그런 이야기가 도착했다.
─ 아오키 지에 (서평가)
읽기도 전부터 눈물이 맺히는 ‘출판업계’ 이야기.
성공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달리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진한 감동이 있다.
─ 일본 서점 직원 후기
일상에 드라마틱한 일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조금 특별한 일은 늘 가까이 있다. 길에 나뒹구는 작은 돌멩이를 보물처럼 과자 캔에 모으는 것. 작가에겐 그런 순수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소설을 꼭 읽어보시길.
─ 일본 독자 후기
욜요미모노 신인상, 포푸라샤 소설대상 우수상, 서점대상 2위 등 크고 작은 수상 경력이 빛나는 베테랑 작가 오노데라 후미노리가 자신의 현실과 비슷한 인물과 배경을 소재로 쓴 자전적 픽션 『오늘도 먹고 자고, 씁니다』로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적지 않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성공작은 내지 못한 채 50대를 맞은 소설가 요코오 세이고. 이렇다 할 히트작을 만들지 못하고 편집 경력 5년 차를 맞은 편집자 이구사 나타네. 두 인물이 번갈아 등장하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오늘도 먹고 자고, 씁니다』는 ‘글 쓰기’와 ‘출판’, ‘편집’ 등 책을 둘러싼 행위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작가와 편집자, 업계 사정을 내밀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읽을 만한 소설이다.
이야기는 요코오 세이고가 공들여 써온 소설을 편집자에게 퇴짜 맞으며 시작한다. 그후 요코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루틴대로 산책하다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쏘는 장난감 총에 가슴팍을 명중당한다. 안 그래도 쓰린 가슴에 물리적인 충격까지 더해진 상황. 그러나 요코오는 이 사건마저 다음 글감으로 쓸 수 있겠다며 태연하게 상처를 받아들인다. 출판사에서는 무던한 성격의 편집자 이구사 나타네를 요코오의 새로운 담당자로 결정하고 두 사람은 처음 긴자에서 인사를 나눈 후 계절이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천천히 손발을 맞춰간다. 차분한 성정의 두 사람이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자기 일에서만큼은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친다. 이 작품에는 무슨 일이든 적당히 넘어가지 않고 제대로 해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감동이 흐른다. 자신의 업을 대하는 자세가 언제나 존중과 최선일 때 그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깊은 감흥을 전달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봄에 만나 여름을 지나 이듬해 겨울까지,
보이지 않는 내일을 향해 달리는 이인삼각의 걸음
쉰이라는 나이에 여전히 혼자 원룸에 살면서 쓰는 일에만 몰두해온 소설가 요코오 세이고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 ‘작가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쓰고 운동하고 쓰고 걷고 쓰고 먹고 하루를 마감하는 요코오의 일상은 오로지 소설을 집필하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유일한 여가는 대학 시절부터의 친구 유미코와 술잔을 기울이는 것뿐. 그런 그가 오랜 구상을 거쳐 집필한 작품의 출간을 거절당하고 만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연히 의사가 될 줄 알았으나 의대 진학에 실패한 후 충동적으로 문학부 전공을 택한 이구사 나타네는 대학 시절에는 복싱 선수를 꿈꾸다 그마저 실패하고 출판사 편집자가 되었다. 편집자 5년 차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어 조금은 초조한 상태. 그런 나타네에게 요코오 세이고 작가를 담당하라는 과제가 떨어진다.
『오늘도 먹고 자고, 씁니다』는 저마다의 정체기를 겪고 있는 소설가 요코오와 편집자 나타네가 번갈아 화자가 되어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1년의 세월을 서술하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사소한 일상적인 시간 안에 요코오는 ‘쓰는’ 행위를, 나타네는 ‘읽는’ 행위를 커다란 요소로 더한 채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같은 듯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며 열두 달을 지나온 두 사람 앞에는 이윽고 『내리지 않는 비는 없다』라는 자전적 소설 한 권이 도착한다. 어디까지가 실제 작가인 오노데라 후미노리의 이야기인지, 어디까지가 출판사와 편집자의 진짜 이야기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이다.
작가 오노데라 후미노리는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세한 묘사, 깊이 있는 캐릭터 설정, 균형의 묘를 살린 구성 등 흠잡을 데 없는 일상 소설을 완성해냈다. 또한 이 작품은 자신의 일에 진심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직업을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직업 소설이기도 하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다른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의 소통과 이해에 관한 이야기
인물들이 번갈아 화자가 되는 구성이 소설 장르에서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늘도 먹고 자고, 씁니다』에서 이 구성이 돋보이는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성에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방과 반대되는 입장에 놓이는 일을 자주 겪는다.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출판업계에서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 일한다. 이 책에서 편집자로 등장하는 나타네는 여자친구에게 작가와 편집자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는 일이 달라. 작가는 쓰고 편집자는 읽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완전히 반대쪽에 서 있는 상대를 바라보는 일. 상대의 존재를 생각하고 그의 입장에 서 보는 일. 작가인 요코오도, 편집자인 나타네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순간마다 머릿속에서 서로를 절대 지우지 않는다. 정해진 시일에 맞춰 원고를 집필하고 약속된 날짜에 그것을 보여주며 평가를 감수하는 작가로서의 삶과 작가가 힘들게 쓴 원고를 감사한 마음으로 읽으며 더 나은 작품이 되게끔 고민하는 편집자로서의 삶은 다른 자리에 있어도 결국 독자에게 더 재밌는 책, 좋은 작품을 내보이고 싶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걷는 걸음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타인에 대한 이해가 곧 나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오노데라 후미노리는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성을 통해 독자에게 분명하게 전달한다.
삶을 나아가게 하는 건,
단단하게 쌓아온 일상의 힘
루틴대로 하루를 보내는 요코오지만 그의 일상에서도 생각지 못한 소소한 일들은 늘 벌어진다. 싼 전자레인지를 사서 직접 들고 오느라 근육통이 생기고, 급작스러운 호우로 널어둔 이불이 흠뻑 젖는다. 30엔짜리 두부의 뚜껑이 어느 날부터 잘 뜯기지 않자 오래 망설인 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기도 한다. 늘 길에서 만나는 사람부터 종종 만나 시간을 보내는 친구의 변화까지 인연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이렇듯 작품이 엎어지거나 실연을 당하는 등의 큰 사건들도, 생활에서 부딪히는 작은 일들도, 비가 오거나 맑은 날씨도, 낮도 밤도, 사실은 모두 이어져 있다. 일상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변화무쌍해서 요코오와 나타네의 1년도 처음과 결코 같지 않다.
인간의 삶은 디테일한 일들의 연결이다. 대단한 사건들은 몇 번 벌어지지 않는다. 큰 변화 앞에서 우리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단단하게 쌓아온 일상의 힘이다. 그렇기에 요코오와 나타네는 오늘도 먹고 자고, 쓰고 읽고, 걷고 달리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이 두 사람은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사소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또한 정성껏 독자에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