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을 만난 히포크라테스, 인간을 위한 AI를 묻다
이제 AI는 의료 현장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의료인은 ‘의사’라는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이는 의료인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의료는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고, 누구나 생애 주기에 한 번 이상은 환자가 된다. AI가 의료의 풍경을 바꾼다는 것은 곧 모두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AI 의료의 미래》는 이 복잡하고 격렬한 전환기를 통찰하는 책이다. 이 책이 생생한 현장의 언어로 쓰일 수 있었던 건, 권순용 교수 덕분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AI가 도입된 스마트 병원을 설계하고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시스템의 중심에서 기술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해왔다. ‘명의 중의 명의’로 불리는 그는,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의료 현장과 환자 사이의 ‘신뢰’와 ‘해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목소리다. 여기에 디지털 전략 분야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온 국내 최고 수준의 IT 및 마케팅 전문가, 강시철 박사가 공동 저자로 참여해 기술과 의료, 데이터와 인간의 접점을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풀어낸다.
이들이 공저로 지은 메디테크 베스트셀러 《메타의료가 온다》가 AI 의료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한 총론이었다면, 이 책은 각 진료과에서 실제로 AI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의료진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각론이라 할 수 있다.
진료는 어떻게 바뀌고, 병원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환자, 보호자, 정책 입안자, 산업 종사자, 심지어 건강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결국 모두가 AI 의료 혁명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AI가 진단했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될 환자는 양가적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럼 의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왜 병원에 굳이 와야 하는가?’, 혹은 ‘누가 진짜 책임을 지는가?’, ‘이 판단을 믿어도 되는가?’ 환자는 기술 진보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그 윤리적 실험대에 오르는 제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복잡한 윤리 판단의 기준을 쉽게 단순화하지 못한다. 《AI 의료의 미래》는 이런 딜레마를 끈질기게 논한다. 기술이 곧 진리라는 환상을 비판하고 기술이 제대로 쓰이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탐구한다. 의료인에게는 생존의 전략을, 일반인에게는 AI 의료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기반을 제공한다. 이 책은 의사와 환자가 모두 의료 환경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이자 질문자로 서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AI는 영상의학과·병리학·안과·피부과·내과 등 진료 현장에서 이미 실무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진단 알고리즘, 자연어처리 기반 전자의무기록 자동화, 환자 모니터링과 재활 치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의사를 돕는다. 그리고 이는 단지 시간을 절약하거나 의료 효율을 높이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의사의 판단 체계, 진료 윤리, 환자와 의료 현장 간 신뢰 구조에까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인간의 판단, 책임, 윤리를 어떻게 시험에 들게 하는지, AI 시대에도 인간 의사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료인이 AI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려면 어떤 역량을 계발해야 하는지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이렇게 명확하게 답한다. “AI는 인간 의사를 한 단계 진화시킬 것이다.”
AI 의료 대전환기, 한국 최고 의료인들이 힘을 모으다!
《AI 의료의 미래》의 핵심 메시지는 ‘AI 의료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점이다. 단, 저자들은 우리가 그 시대의 흐름을 올바르게 이해할 때 윤리와 기술, 인간과 데이터를 통합하는 새로운 역량을 준비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한 실질적인 나침반이자 철학적 안내를 제시한다. 이 책의 특장점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분과별 최고 전문가 12인이 감수자로 참여해 현실성과 신뢰도를 더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의료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총체적으로 재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