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지친 이들에게 보내는 성찰의 제안
-감정과 믿음, 정체성에 갇힌 정치를 해독하다
“정치는 구원의 서사가 아니다. 공존의 기술이어야 한다.”
이 문장은 《폴리티컬 디톡스》 전반에 흐르는 철학이자 시대를 향한 제안이다. 지금 우리는 정치를 종교처럼 믿고 전쟁처럼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적대는 일상이 되었고 분노는 정치의 기본 언어가 되었으며, 많은 이들이 너나없이 정치에 지쳤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정치해독(political detox)”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독된 감정, 닫혀버린 믿음, 분열된 정체성에서 벗어나 다시 이성, 사유, 공존의 감각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폴리티컬 디톡스》는 우리 정치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자, 회복과 성찰을 위한 안내서다. 저자는 ‘정치적 믿음체계’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적대적 진영 대결과 정치과잉 현상을 해부한다. 믿음체계란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인지적·정서적 구조다. 이 구조가 자신이 속한 진영을 절대선으로, 상대 진영을 절대악이라는 이분법에 갇히게 만든다. 그 결과 정치는 대화와 조율의 기술이 아니라 도덕적 심판과 응징의 무대가 되고 만다.
이 책은 정치 양극화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왜곡된 믿음체계로 극우 국가주의와 개혁적 도덕주의를 비판한다. 보수 진영의 ‘종북좌파 망국론’ 서사는 반공, 국가 정체성을 절대화하며 극우적 국가주의로 나아가고, 진보 진영의 ‘반민주세력 청산론’은 도덕적 정당성을 무기로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며, 정치적 설득보다 도덕적 응징을 추구한다. 이 왜곡된 변종 믿음체계들이 결국 시민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정체성과 감정 정치를 고착시키며 민주주의를 ‘진영의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믿음체계들이 ‘프레임’, ‘선동’, ‘정치 레토릭’이라는 방식으로 어떻게 현실 정치에 작동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정치인들이 어떻게 프레이밍을 통해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지,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정치 선동이 어떻게 합리적 사고를 압도하는지, 정치가 어떻게 종교적 신념의 영역으로 변질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비판에 머무르지 않는다. 《폴리티컬 디톡스》는 감정, 인식, 관계의 세 영역에서 ‘정치해독’을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분노와 적대를 조직하는 감정을 성찰하고, 자신이 믿는 정치적 신념에 질문을 던지며, 관계가 정치로 인해 단절되지 않도록 대화의 공간을 회복하자고 말한다. 해독이란 외면이나 탈정치가 아니라 더 성숙한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이며 훈련이다.
이 책은 ‘성숙한 시민’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공적 성찰: 정치적 태도와 행동에 대한 윤리적 숙고. 비판적 사고: 정치적 판단의 합리성과 시민적 자율성을 높이는 자질이자 삶의 태도. 정치 리터러시: 정치를 이해하고 민주주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능력.
《폴리티컬 디톡스》는 정치적 확신이 강하고 편 가르기에 익숙한 이들에게 불편한 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때 겪어야만 하는 내면의 진통이다. 정치적 확신이 강할수록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하며, 감정의 강도가 높을수록 그 기원을 되묻는 성찰이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가 아니라, 더 성숙한 정치다. 이 책은 그 성숙을 위한 사유의 여백을 제공한다. ‘정치로부터의 거리두기’가 어떻게 더 건강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폴리티컬 디톡스》는 정치에 지친 시민 모두에게 권할 만한 ‘정치적 자기 성찰서’다. 감정과 믿음, 정체성에 갇힌 정치를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더 생각하며 정치로 다가가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