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연 동식물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클레어 워커 레슬리의 《자연 관찰 일기 쓰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2000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지난 25년간 자연 관찰 및 기록 운동의 선두에 서서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을 소개해왔고, 자연을 온전히 보고 느끼고 자연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록 및 드로잉 방법을 알려주었다. 완전히 새롭게 개정한 이번 3판에서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도 자연을 세세히 관찰하고 그림을 통해 관찰력을 심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법을 좀 더 쉽게,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쓰고 그린 일기장, 스케치, 수채화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친 제자들의 자연 관찰 일기 예시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꾸준히 참고할 수 있는 유익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자연 관찰 일기 가이드의 고전
《Keeping a nature Journal》은 자연 관찰 일기 쓰는 법을 다채로운 예시와 함께 알려주는 실용적인 가이드로 유명하다. 2000년에 자연/환경 교육가인 찰스 로스와 공저로 출간했는데, 전세계적으로 10만 부 이상 팔리며 자연 관찰 일기 가이드의 고전으로 자리잡았고, 자연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가에게 수여하는 존 버로스상(젊은 독자를 위한 자연 문학 부문, 2004년)을 받기도 했다. 제2판은 《자연 관찰 일기》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박현주 역, 검둥소, 2008)되기도 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에 관하여 기록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해왔던 활동이지만, 자연 관찰 일기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는 이 책의 출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공저자인 찰스 로스가 2016년 세상을 떠나자, 클레어 워커 레슬리가 내용과 체재를 대폭 개정해 3판을 출간했는데, 관찰 대상별로 참고하기 쉽도록 책의 목차를 재구성하고 어느 장소에서든 자연계의 특정 측면을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내용을 보강했다. 저자가 40년 동안 보관해온 일기장의 새로운 페이지들을 공개했고, 여러 세대에 걸친 제자들의 자연 관찰 일기 예시도 풍부하게 수록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책은 자연 관찰 일기를 쓰는 마음가짐부터, 자연 관찰 일기의 필요성과 유익, 관찰 기술을 갈고닦는 법, 스케치북에서 수채물감까지 일기 작성에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는 법, 자연 관찰 일기에 기록할 내용, 드로잉의 기초와 연습 방법, 식물ㆍ나무ㆍ새ㆍ동물ㆍ풍경 등 다양한 대상을 그리는 방법, 꾸준히 일기를 쓰는 요령과 교과와 연계하여 자연 관찰 일기를 교육하는 방법까지, 자연 관찰 일기와 관련된 실로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안 보고 윤곽선 그리기’, ‘보면서 윤곽선 그리기’처럼 저자가 터득한 기법, 원근법과 단축법, 명암 넣기와 채색법 등 초보자에게 즉각 도움이 되는 그리기 방법을 담았을 뿐 아니라, 계절이 변하는 이유부터 새의 각부 명칭과 해부학, 곤충의 구조까지, 다양한 자연과학 지식도 간결하게 소개한다. 단순히 취미로 자연물을 그리는 것을 넘어 자연 관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 ‘생물계절학’이나 시민과학 활동에 관심 있는 이들도 두루 활용할 만하도록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경이로운 자연 탐구의 세계로
식물 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 탐조 인구 증가 추세가 보여주듯, 디지털화한 이 세계에서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는 날로 커져가는 듯하다. 자연 관찰 일기 쓰기는 디지털 기술에 둘러싸인 현대인에게 아날로그적 위안을,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한 장소를 충분히 지켜보며 자연을 알아갈 기회를, 느리게 보낼 시간을 제공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마음을 다잡는 명상의 도구로도 손색없다.
”자연 관찰 일기는 훌륭한 마음 챙김 연습이기도 합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누구나 야외에 나가 만사를 잊고 자연을 보고 기록하는 데만 집중하니까요. 어느 날 오후에 교사 30명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10분간 조용히 눈에 들어온 자연을 기록한 후 실내로 돌아와서 방금 전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한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시기에 왜 그러시느냐고 물어봤지요. 그분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귀 기울이고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197쪽)
자연 관찰 일기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제대로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잘 그리려 하기보다 ‘보는 법’을 배우는 데 주의를 기울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을 보고 그리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나 예술적 능력, 지식이 필요치 않다는 것, 누구나 관찰한 바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자연과 더 깊이 관계맺을 수 있다는 다정한 조언으로 독자를 안심시키고, 자연을 유심히 보고 그려보도록 격려한다.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컬러링이나 필사를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었던 독자라면, 자연을 향해 열린 창작 활동인 자연 관찰 일기 쓰기에 참여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루에 20분만 시간을 내세요. 밖으로 나가서(아니면 그냥 창밖을 내다보면서) 쓰고 그려보세요. 나뭇잎, 새, 구름 모양, 활기찬 산책길에 들려온 소리를 기록하세요. 인생이 한층 즐거워질 거예요. 이 책에서도 계속 강조하겠지만,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 걱정하지 마세요. 자연 관찰 일기에서 중요한 건 글이나 그림보다도 얼마나 잘 ‘보고’ 기록했는가 하는 것이니까요.” (1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