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간자산 경제학』은 단지 ‘공간’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공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불균형을 새롭게 읽어낸다. 토지와 건물, 금융, 도시, 기후까지-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공기처럼 존재하는 이 자산들에 익숙해졌고, 그 안에 깃든 불평등은 점점 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박운선 저자는 바로 이 점을 문제 삼는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던 공간자산 불평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것이 경제적 기회뿐 아니라 사회통합, 환경의 지속가능성까지도 깊숙이 좌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공간자산 불평등이 단순한 ‘빈부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공정성, 도시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민주주의의 신뢰 회복과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특히 “공간의 경계를 허물자”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계층의 경계, 행정의 경계, 심지어 사고의 경계까지-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여온 모든 ‘선’은 새로운 출발을 막는 장벽이 되었다. 책은 이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 정부, 기업, 시민,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론만을 나열하지 않고, 실제 정책 사례와 실천 전략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 스웨덴의 도시 공간 복지 모델 등이 소개되며, 그 안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가 나아갈 현실적인 방향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AI, 빅데이터, ESG 투자 등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자산불평등 해결의 도구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도 면밀하게 분석된다. 단지 비판에 그치는 책이 아니라,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더욱 근원적이다. “우리는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저자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과연 공정한가? 나는 그 공간으로부터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독자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될 수 없다. 공간은 곧 삶이고, 삶의 질서가 무너지는 곳에서 공정한 사회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이 책은 끝내 강조한다.
『ESG 공간자산 경제학』은 이론서이자 실천서이며, 동시에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공공정책에 관심 있는 독자, 도시와 지역문제를 고민하는 실무자, ESG나 디지털 전환에 관심 있는 연구자뿐 아니라,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공간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바꿔야 할 공간’이 어디인지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