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놓은 물건 속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는다“
비밀 쇼핑 사이트에서부터 꺼내고 싶지 않은 흑역사까지! 유서 깊은 맥시멀리스트의 충동구매 A to Z
“어디서 사신 거예요?”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이 넘쳐나는 저자에게 사람들은 묻곤 한다. 분홍색 사슴 머리 촛대, 희한한 곡선 프레임을 가진 라운지체어, 검은 표범 모양의 러그 등. 어느 것 하나 강렬하지 않은 게 없다. 그의 집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물건보다 ‘나 여기 있다!’라고 외치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나의 충동구매 연대기』에서는 저자가 지금껏 수없이 웹서핑하고, 분주히 발품을 팔아 습득해왔던 독특한 아이템을 찾는 방법 및 회심의 쇼핑 사이트들이 담겨 있다. 또한 SF문학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취향과 관련된 얕고 넓은 상식들을 전하며 보고 듣고 사고 느끼며 채워온 맥시멀리스트의 세계를 오롯이 공유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까지 저자가 겪었던 무수히 많은 실패의 경험들도 녹아 있다.
이 책은 총 두 파트로 나뉜다. 파트1에서 현재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파트2에서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기억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편리한 캡슐 커피에 밀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모카포트를 꺼내며 그 시절 옛 친구 ‘이즈미’를 그리고, 블랙핑크의 제니가 입은 연보라색 벨벳 추리닝을 보며 2000년대 유행했던 ‘샤기컷’을 과감하게 시도했던 마음을 떠올린다. 아련한 기억도, 이불을 뻥 하고 차버리고 싶은 흑역사도 모두 지금의 나를 구성한다. 저자는 그 시간을 건너며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에겐 나다운 물건으로 가득찬 세계가 필요하다”시간을 머금은 물건은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들은 당신의 취향을 완성한다!
유행하는 고가 브랜드의 청바지를 갖고 싶어 했던 청소년 시절부터 전공 수업 시간에 몰래 소설책을 읽던 대학 시절까지. 각각의 시절마다 함께했던 물건들은 지금의 나를 이루고 그때의 나를 기억하게 한다. 저자는 그 기억들 안에서 조금씩 어엿한 사회인으로, 그리고 진정한 나로 성장해왔다. 특히 사회초년생이었던 2000년대 초, 기자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생긴 습관이 물건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기획의 ‘야마’를 좇던 이는 물건에서도 확실한 ‘야마’를 찾게 되고, 그것이 다채롭고 다양한 물건들과 동고동락하는 맥시멀리스트로의 단초가 된 셈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나온 옛 기억들이 자꾸만 소환된다. 작은 물건에서 시작해 나만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해온 선택들을 통해 가장 나를 안락하고 즐겁게 만드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다시 한번 말한다. “당신의 세계를 당신다운 물건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