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성폭력의 상처를 딛고 삶을 껴안은
한 여성의 용기, 그리고 희망의 여정
『외롭지만 불행하진 않아』 이소원 작가 신작 에세이
노란 레몬을 한 입 베어 무는 상상을 해본다. 시큼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지자 얼굴이 이내 찡그려진다. 어여쁘게 생겨서는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레몬. 워낙 신 탓에 ‘불량품’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바로 그 레몬.
《불편한 관심》은 레몬을 닮은 책이다. 마치 레몬을 크게 베어 문 것처럼 책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유년 시절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겪은 저자의 이야기에 참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시게 느껴져서 그만 책장을 덮어 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오랫동안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저의 지난 아픔을 마주하기 위해서”(8p) 이 글을 썼다. 더 나아가 “때로는 누군가 나의 아픔을 알아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119p)라며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는 데 용기를 냈다. 또한 성폭력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120p)
불편한 진실
그리고 불편한 관심
세상에는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도 그에 해당한다. 작가는 책을 통해 “바라건대, 세상이 불편한 일에 등을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120p)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기를 소망한다. 더 나아가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숨기고 움츠러들지 않는 사회, 그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고 손잡아 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하루만 더 살아보자고 하루만 더 견뎌보자고”,
“세상 사람 모두 등을 돌려도 나만큼은 나에게서 등 돌리면 안 된다고”(129p)
고난 속에서도 삶을 아끼고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리라 믿는다. 혹여 지금 삶이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절대 그 삶을 ‘불량품’ 취급하지 않기를. 자신을 믿고 하루, 하루 살아내다 보면 어여쁜 레몬을 알아봐 주는 이가 있을 테니. 작가는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가 충분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