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인간이 세운 가장 단단한 약속이면서, 때로는 가장 쉽게 무너지는 다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법을 정의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것은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다.
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면 혼란을 걱정하게 되고, 법만 남은 세상을 떠올리면 숨 막힘을 느낀다. 법은 인간을 구속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때때로 법은 약자를 지켜 주지 못하고, 강자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로마 시대 왕이 만들던 법은 교회법 시대에는 신이 법을 만들고 인간은 오직 지배당하였다. 근현대 시대 인간은 왕과 교회에서 법을 만드는 기회를 빼앗았지만,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은 피조물인 법마저 불완전한 상태로 스스로 구속하고 있다. 나는 수많은 법조문 속에서 인간의 눈물과 웃음을 본다. 법이 완벽하지 않은 것은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법을 고치고, 해석하고, 다시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법과 인간 사이에는 언제나 작은 틈이 있다. 우리는 그 틈을 인정해야 하고 나는 그 틈을 통해 인간을, 그리고 희미하지만 꾸준히 나아가려는 세상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