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학의 손꼽히는 혁명가
제임스 조이스의 첫 장편 소설이자
어느 위대한 문학가의 예술적 자화상
아일랜드가 배출한 세계적인 거장 제임스 조이스의 첫 장편. 소년 스티븐 디달러스가 예술가 정체성을 가진 청년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그뿐 아니라 후에 《율리시스》 등의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구현될 ‘의식의 흐름’ 기법이 어렵지 않게 도입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10년간 쓴 작가는 천 페이지에 가까운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에 태워버렸고, 30만 단어가 넘던 원고를 대폭 줄여 완전히 새로 썼다. 조이스가 자신의 예술적 자화상이자 20세기 예술가의 화신과도 같은 이 책의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를 혼신의 힘을 다해 창조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스로 조국과 종교를 등지는 유배 생활에 나선 스티븐,
무엇이 그를 예술가의 길로 이끌었는가
기숙학교에 다니던 유년기부터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5장으로 나뉜 일화들은 주인공 스티븐이 자신을 예술가로 인식하는 과정의 안과 밖을 그려 보인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그는 정치와 종교가 삶의 두 버팀목인 혼란스러운 아일랜드에서 성장기의 통과 의례를 겪고, 극심한 종교적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러나 끝내 모든 현실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고 스스로 조국과 종교를 등지는 유배 생활에 나선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줄거리뿐 아니라 형식의 측면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삼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주인공 스티븐에게 뭔가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작가는 주저 없이 그의 상념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즉, ‘옆길’로 빠진다. 스티븐의 의식의 흐름은 주로 그의 감각에서 촉발된다. 그가 무언가를 만질 때, 볼 때, 맛볼 때, 들을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기억과 상상들이 솟아나는 식이다. 그 다면적이고 풍성한 실타래는 소년의 마음속에서 그의 경험과 감정이 어떻게 재구성되며 예술가의 감수성을 형성하는지를 보인다. 소설 속 인물에게 객관적 거리감을 두는 동시에, 그의 내밀함을 포착하는 형식을 취해 어느 예술가의 탄생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이 기법은 독자에게 어떻게 소년의 감수성이 그를 예술가로 이끌어가는지를 알게끔 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분신이자 예술의 화신
‘젊은 예술가’의 영원한 이름, 스티븐 디달러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는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의의는 어느 세계적 작가의 생애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수기가 아니다. ‘스티븐 디달러스’라는 가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완전히 객관적인 소설이다. 즉, 주관적 소재의 객관화가 완벽하게 이뤄진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문학가 중 하나인 제임스 조이스가 어떤 예술적 여정을 거쳐왔는지, 나아가 그가 지향한 예술가의 이상은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예술가와 혁신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스티븐 디달러스는 자진해서 추방과 고독을 택했다. 하지만 그 대신 문학의 위대한 혁신을 향해 나아갔다. 제임스 조이스의 분신이자 예술의 화신인 스티븐 디달러스가 여전히 ‘젊은 예술가’의 상징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