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며, 길을 찾아가며, 성장하며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살아간다
1999년, 나가오카 겐메이는 ‘호기심이 생긴 물건’을 쌓아둔 욕실에서 가게를 연상했다. ‘디자인 사무실이 생각한 리사이클 매장’이라는 콘셉트의 가게였다. 이름은 그의 디자인 사무실인 ‘드로잉앤드매뉴얼’과 함께 운영한다는 뜻으로 ‘드로잉앤드매뉴얼앤드(DRAWING AND MANUAL AND)’, 줄여서 ‘D&MA’였다. 그는 꿈을 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즉시 ‘꿈의 가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게 모형을 만들고, 로고타이프를 생각하고, 웹 스토어를 위한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이런 과정을 잡지에 글로 연재했다. 돈벌이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사회에 의미 있는 지점을 서서히 발견했다. “목표를 설정해 놓고 달리는 것이 비즈니스라면, D&MA는 머릿속에 떠오른 즐거운 꿈을 매일 뭉게뭉게 키워 나간다.”
‘D&DEPARTMENT’라는 이름은 2000년에야 비로소 생긴 것이다.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의 원서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D&MA’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뭘 하는 곳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성원이 다 함께 며칠에 걸쳐 논의한 결과였다. “필요한 물건을 ‘디자인도 멋있게’ 판다. 그런 이미지를 말로 표현하니 ‘디자인 백화점’이었다.” 여기에 ‘디파트먼트(department)’라는 단어 자체가 지닌 ‘어떤 영역’이라는 의미까지 더해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을 추구해 나가고자 했다. 가게 터를 보러 다니고, 직원 하나하나의 의욕에 감사하며 더불어 힘을 내고, 한 시절 같이 열심히 일한 직원의 퇴사에 진심으로 눈물 흘리고, 무모한 짓을 하는 시기가 ‘청춘’이니 비웃음을 받아도 괜찮다며 돌진하고……. 이렇게 지금의 D&DEPARTMENT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다시 나가오카 겐메이가 이 일을 시작한 1999년으로 돌아가 보자. 사실 그 당시로서는 ‘문득 손에 든 물건이 모두 좋은 디자인인 리사이클 매장’을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가 놀라울 만큼 앞서 나간 발상이었다. 산업화와 그 뒤에 이어진 정보화로 세상에는 새로운 물건이 쏟아졌다. 더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 전의 것은 아직 사용할 수 있더라도, 심지어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더라도 헌것이 되어 버려졌다. 중고는 어디까지나 ‘남이 쓰던 헌것’이며 그 외에는 그 어떤 가치도 부여받지 못했다. 그런 시절에 버리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고, 중고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사회에서의 역할을 꾸준히 고민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다. D&DEPARTMENT 프로젝트는 그런 고민을 거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가오카 겐메이 시리즈 완간
이로써 나가오카 겐메이의 시리즈 4종을 모두 안그라픽스에서 완간했다. 읽는 순서는 한국어판 출간 순서를 따라도 좋고, 원서 출간에 따라 이 책 『디자이너 꿈을 꾸며 걷다』로 시작해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순으로 읽어도 좋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저자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해보고 싶다’를 만들어내는 어른들을 비판하며 “환경을 더럽히는 수많은 쓰레기의 탄생”이 그런 어른들에게서 나온다고 강하게 말한다. 시간 순서대로 읽는다면 그가 조그만 꿈의 씨앗을 어떻게 지금처럼 울창하게 키워냈는지와 함께, 마음이 담긴 ‘해보고 싶다’가 실현되는 과정이 보여 말미에 이를수록 잔잔한 감동이 가슴에 차오른다.
또한 이번 책의 주제는 원서의 제목인 “나가오카 겐메이의 방식”에서 알 수 있듯이 ‘방식’이다. 이 키워드에 집중하면 어떤 순서로 읽든 나가오카 겐메이라는 사람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이고, 때로는 바뀌지 않고 더 견고해진 부분이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전부 그의 ‘방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하는 일의 방식, 또 삶의 방식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제대로 담겨 있는지, 처음에 꾼 꿈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자기만의 방식을 다시 한번 점검할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