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 발치에 서서 아버지의 발을 닦았다. 아버지의 발, 앙상하고 하얀 발은 고목의 뿌리 같다. 발가락 사이사이 비누칠하고 발바닥을 간질간질해 보았다. 감각이 무뎌지신 듯 반응이 없으시다. 누워계신 아버지 쇄골에는 물이 고이고, 내 마음에는 눈물이 고인다. (……)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신체 중에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성실하고 충실하다고 할 수 있는 발. 그래서 죽음을 앞둔 예수님도 손수 허리를 굽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일까? 타인의 발을 씻어주는 것은 그만큼 상대의 밑바닥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행위이며, 땀에 절어 냄새나고 볼품없어도 사랑한다는 고백인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시간은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지금 누군가를 간병하거나, 이미 떠나보낸 이의 얼굴을 가슴에 품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이 당신의 눈물과 기억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으나 점점 멀어지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저자는 부모님과 오빠를 차례로 떠나보낸 뒤, 죽음은 끝이 아니며 사랑은 여전히 흐른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죽음은 고인이 가족에게 남겨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말합니다. 때론 후회가, 때론 미안함이, 그리고 깊은 그리움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만, 이 책이 그러한 당신의 흔들림에 다정한 쉼표가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살아 있을 때 전하는 사랑은 너무 작고 사소해 보여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사랑하는 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넬 용기를 당신이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