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어려워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보살핀 환자가 회복해 밝은 표정을 짓고, 아픈데도 간호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환자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를 받는 직업이 간호사입니다. 이지영 간호사는 이 일을 하면서 조금 더 성실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조금 더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배웠다고 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간호는 과학이자 예술이다
간호는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전문적인 실천이에요. 간호사들은 의료과학, 생물학, 생리학, 약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 계획 수립과 회복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요. 증상 관찰, 자료 분석, 근거 기반 간호(Evidence-Based Practice)는 모두 과학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죠. 하지만 간호는 과학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아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을 헤아리는 인간적인 돌봄이 함께해야 비로소 ‘간호’가 완성돼요. 고통, 불안, 외로움 속에 있는 환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따뜻한 말과 눈빛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또한 간호사의 몫이에요.
투약할 때는 정확하고 안전하게
간호사는 언제나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투약은 수많은 간호 업무 중 하나이지만, 투약 오류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따라서 간호사는 환자의 병력과 현재 상태를 철저히 검토한 뒤, 왜 이 약을 투여하는지, 어떤 경로로 언제 얼마만큼 투여할 것인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 과정을 7 Right 원칙으로 체계화하여 정확한 환자 확인부터 약물 선택, 용량·경로·시기·근거 확인, 투약 기록까지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점검함으로써 투약 오류를 예방하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환자를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 간호사의 첫걸음
간호사는 환자를 진정으로 돌보기 위해 사람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과 연민을 가져야 해요. “왜 이 환자는 이렇게 아플까?”, “왜 이 환자는 나아지지 않을까?", “이 환자는 왜 이런 감정을 표현할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가 간호의 출발점이랍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소통이 서툴다면, 간호 업무는 쉽지 않아요. 반면, 진심 어린 공감 능력과 기본적인 전문 지식만 갖추면 누구나 좋은 간호사가 될 수 있어요. 여기에 빠른 상황 판단력과 신속한 실행력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완벽하겠지요.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모든 능력을 갖추려 애쓰기보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거예요.
간호사의 하루, 보람의 조각들
신규 간호사였을 때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 참 큰 부담으로 느껴졌어요. 병원은 기쁜 일로 오는 곳이라기보다는, 몸이 아프고 마음마저 지친 사람들이 “왜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생겼을까?”라는 절망 속에서 찾아오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위로의 말조차 조심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환자와 가족을 위해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다해 간호한 뒤, 환자가 회복해 퇴원하거나 급성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환자와 가족이 안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때로는 제 마음이 전해졌는지 “고맙다”라는 인사를 진심으로 건네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해요
간호사는 의사가 처방하는 것을 그대로 수행만 해서는 안 되고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해요. 환자의 증상 및 혈압, 심박수, 산소 포화도, 혈액검사 결과 등을 보고 처방대로 수행할지 판단해야 하는 거죠. 특히 어떤 증상이 발생한 이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환자는 시시각각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요. 이럴 때 환자의 변화된 상태를 반영하지 않은 처방은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데요. 간호사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처방대로 수행할 것인지 담당 의사에게 상황을 알려 처방을 바꿀 것인지 판단해야 해요.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
낯선 나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사실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큰 어려움 없이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수 있었던 건,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에요. 응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마주할 때나, 예기치 못한 위협적인 상황에 놓일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옆에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안심이 되죠. 제가 모든 걸 완벽히 알지 못하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주저 없이 달려와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돼요.
- 『간호사는 어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