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엄마를 떠나보내기에 젊은 스물넷 보호자 딸,
그리고 아직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나도 젊은 엄마의
10개월간 응급실행과 입원을 반복한 항암과 간병의 기록”
과연 우리가 부모님을 생각했을 때, 한없이 어리게만 느껴지는 모습이 있을까? 부모님은 나이 들어서도 자식을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자식은 나이 들어서도 부모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누구나 언젠간 부모님의 보호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아마 먼 훗날에나 경험할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엄마의 보호자가 된 사람이 있다. “엄마는 나의 그늘막이자 모든 것이던 존재에서, 나의 보살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변모했다.” 아직은 엄마를 떠나보내기에 젊은 스물넷 보호자 딸, 그리고 아직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나도 젊은 엄마. 이 책은 엄마의 췌장암 4기 진단, 그리고 스물넷 젊은 나이에 보호자가 된 딸의 10개월 간병의 기록을 담고 있다.
글 속에는 웃는 엄마, 힘들어하는 엄마, 이제는 보호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 딸을 걱정하던 엄마…, 모든 모습이 생생히 살아난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롭게 알아 가는 사실들이 재밌었다. 가족 중 나만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는 게 행운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병원 응급실행과 입원, 요양병원 입원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어린 보호자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행운으로 여긴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좋으면 좋을수록 숨겨졌던 감정이 밀려와 나를 괴롭혔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단 이유로 그동안 엄마에게 소홀했던 내 모습들이 많이 미웠다. 다시 생각해 보면, 엄마보다 중요한 건 하나도 없었는데 그때의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흔히 가족 중 아픈 이가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어린 보호자는, 엄마의 항암을 기록하면서도 그때그때 자신이 느낀 슬픔, 아픔 등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나의 후회로 가득 찬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와 나의 사랑을 온전히 담아낸 시간이기도 하다.”고. 가족을 떠나보낸 혹은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이들도 간병을 하며 혹은 남겨진 이들로서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 책이 그런 당신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