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붓, 교육자의 눈 - 타고르, 예술로 시대를 가르치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인도의 위대한 시인, 철학자, 그리고 반식민주의 사상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르를 정말로 ‘다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은주의 『인도 시인 R. 타고르, 미술교육의 개척자 되다』는 이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며, 타고르라는 거인의 숨겨진 얼굴-‘예술교육의 실천가’로서의 타고르-를 조명하는 획기적인 연구서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타고르의 교육철학, 인도 근대미술의 민족주의 흐름, 그리고 산티니케탄의 미술학교 칼라-바반(Kala-Bhavan)을 중심으로 그의 교육 실천이 인도 미술의 정체성과 국제화를 어떻게 동시에 추구했는지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은, 타고르가 단순히 시와 노래로 인도 민족주의에 응답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 민족적이면서도 동시에 국제적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교육의 장을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모국어로, 예술로 사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이상은 오늘날의 교육자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저자 최은주는 오랜 큐레이터 경험과 학술적 깊이를 바탕으로, 타고르의 교육 철학이 인도의 근대성과 충돌하고, 동시에 예술적 모더니즘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미학적·정치적 논쟁을 마주했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또한 칼라-바반에서 활동한 세 명의 예술가들-난달랄 보세, 베노데베하리 무케르지, 람킨카르 바이지-를 통해 타고르의 이상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사 책이 아니다. 타고르를 통해 예술, 교육, 정치, 철학, 탈식민주의가 어떻게 하나의 서사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문학적 성찰의 공간이다. 동시에,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미술교육이 직면한 정체성과 세계화의 이슈에 대해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가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인도 시인 R. 타고르, 미술교육의 개척자 되다』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던 타고르의 진면목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타고르를 새롭게 만나는 독자에게, 그리고 예술과 교육의 의미를 다시 묻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