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을 불러내는 이름들
철원에서 시작된 우정, 삶의 끝자락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철원의 밤하늘 아래 기억의 별을 세다』는 40여 년 전 철원에서 군 생활을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집단적 기록이다. 각기 다른 시기를 살아온 이들이 군 복무라는 공통의 경험을 매개로 다시 모여, 그 시절을 돌아보고 글로 남겼다. 기억의 조각들은 각자의 언어로 쓰였고, 그 안에는 일상의 단면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한 개인의 회고가 아닌, 하나의 세대가 공유한 기억의 집합이다. 제6검문소와 최전방 벙커, 물집과 매복지 등 당시의 공간과 사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생생한 시대적 분위기를 전한다. 단순한 군대 생활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생겨난 관계의 온도, 상황에 따라 드러나는 인간성의 면모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책은 총 8부로 구성되며, 병영의 일상에서 벌어진 소소한 해프닝부터 동료와의 우정, 생사의 경계에서 피어난 연대감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특히 마지막 장에는 각자의 삶을 살아온 전우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편지와 회고문이 담겨 있어,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는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철원의 밤하늘 아래 기억의 별을 세다』는 특정 세대의 군 경험을 넘어서, 공동의 시간을 공유한 이들이 어떻게 삶의 한 장면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회복하는지를 보여준다. 무거운 주제 없이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군대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의 기회로,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군 생활을 둘러싼 시대와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단단한 기록으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