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나씨의 소풍일지》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한 여성의 진심 어린 기록이다. 전라남도 광주의 소녀가 경상도를 거쳐 충청도 계룡의 센터장이 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던 여정은 때론 코믹하고 때론 뭉클한 에피소드로 엮여 있다. 특히 ‘공군 면접에 경찰차를 타고 간 날’의 일화는 절체절명의 순간조차 유쾌하게 전환시키는 저자의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양선화 저자는 군 조직이라는 낯선 세계 속에서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호기심, 유연함, 그리고 관찰력은 삶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를 더욱 빛나게 한다. 상담가, 한부모, 연구자, 딸, 엄마, 동료의 자리를 오가며 보여준 모습들은 여성의 다층적인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드러낸다.
이 책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일인지 말해 준다. 나이 든다는 건 더 많은 것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품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임을 보여 준다. ‘숙제’가 아닌 ‘소풍’처럼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며, 저자는 우리에게도 말한다. “그대의 하루하루도 소풍처럼 사랑받아 마땅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