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파도가 세계를 덮친 19세기
동아시아, 근대화를 꿈꾸다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변혁의 물결』은 19세기 중후반, 외세의 압박과 내부의 혼란 속에서 근대를 모색했던 동아시아 사상가 다섯 명의 삶과 사유를 되짚는다. 아편 전쟁과 페리 내항을 기점으로, 동아시아는 그간 유지해 오던 유교적 세계관과 봉건 질서가 급속히 무너지는 충격을 겪었다. 이러한 국난을 이겨내기 위해 각국의 사상가들은 단순한 제도 개혁이나 기술 수입을 넘어, 새로운 국가상과 인간상에 대한 근본적인 재구성을 시도했다.
저자는 그 사상적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다섯 인물 요시다 쇼인, 후쿠자와 유키치, 량치차오, 쑨원, 리다자오를 통해, 각기 다른 사회와 문화 속에서 ‘근대를 어떻게 사유하고 실천했는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처한 정치적 맥락과 문화적 자원이 달랐던 이들의 선택은 각자의 조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했다. 『변혁의 물결』은 이들의 글과 행동을 하나의 시대적 텍스트로 묶는 시도를 통해, 동아시아 지성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명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동양사학회 회장, 중국 근현대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 정지호 교수는 우리가 눈앞에 둔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다섯 사상가의 사유와 실천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변혁의 물결』을 집필했다.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철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재현해 낸 지성의 혁신 과정은 오늘날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한 우리에게 미래를 도모할 지적 자원을 제공한다. 쉽게 알기 힘든 동아시아 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차근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책은 동아시아 사상사의 친절한 안내서이자 지성으로 시대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독자의 곁에 찾아갈 것이다.
전통을 넘어 사유한 다섯 이름
시대의 길을 밝힌 등불이 되다
요시다 쇼인은 에도 막부 말기, 급진적 사유와 실천으로 일본 청년 지식인층에 깊은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메이지 유신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양 문물을 ‘번역’하는 방식으로 당시 일본의 좌표를 다시 그리고 나아가야 할 항로를 명확히 지시했으며, 계몽적 주체로서의 국민 형성을 지향했다. 량치차오는 청조 말기의 폐쇄적 체제를 비판하며, 사회 전반을 언론과 사상을 통해 개혁하려 노력했던 인물이다. 혁명의 아버지 쑨원은 정치 조직과 행동을 통해 중국에서의 공화주의 실현을 목표로 삼고 삶을 혁명에 바쳤으며, 중국 최초의 사회주의자 리다자오는 사회주의적 이념과 민족 해방을 결합해 20세기 중국 혁명의 서막을 열었다.
이들 다섯 명은 모두 각자의 시대에 “국가란 무엇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으며,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전심전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질문과 그 대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변혁의 물결』은 이들의 선택이 단지 지나가 버린 한 시대의 대응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다시 사유하고 답해야 할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다시 마주한 새로운 시대의 문
오늘, 우리가 그들의 질문 앞에 서야 하는 이유
이 책은 단지 동아시아 근대화의 성패를 되짚는 작업이 아니다. 사상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들이 어떤 길을 거부했고 어떤 가능성을 택했는지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구체적인 언행, 남긴 문장, 그들이 몸담았던 정치적 환경 등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시대의 한계를 넘어 사유하는가’하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단지 동아시아의 역사만이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할 질서와 체제를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된다.
특히 AI와 기술의 발전, 민족주의의 재등장,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지금의 세계는, 19세기 말 동아시아가 마주했던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는 듯하다. 『변혁의 물결』은 과거의 사상가들이 남긴 응답을 통해 오늘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을 되살려 낸다. 철학적 응답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으로, 문화적 타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그들은 새로운 동아시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다시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문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가 그 질문에 응답해야만 한다.
☞ 시대정신으로 읽는 지성사,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
01 《혁명과 배신의 시대》(정태헌 지음) - 격동의 20세기, 한 · 중 · 일의 빛과 그림자
02 《사유의 충돌과 융합》(최광식 지음) - 동아시아를 만든 세 가지 생각
03 《신 앞에 선 인간》(박승찬 지음) - 중세의 위대한 유산, 철학과 종교의 첫 만남
04 《인식의 대전환》(김혜숙 지음) -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