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구의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는가
‘눈 앞에서만 치웠을 뿐, 사라지게 한 적이 없다!’
전 세계 가정에서 1초마다 약 70톤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1초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참고래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쓰레기통의 뚜껑을 덮고 나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르고 있다. 우리는 가정 쓰레기 분리수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는 한 지역에서 배출하는 전체 쓰레기의 10%에도 못 미친다. 지구촌 쓰레기의 대부분은 자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눈앞에 있는 가정 폐기물에만 초점을 맞추면 쓰레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지구촌 쓰레기 문제는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때문에 더 심각해지고 있다. GDP(국내총생산)가 증가하면 GDW(국내 쓰레기 총생산)도 증가한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생산이 늘어 현재 매년 약 1,000억 톤의 자원이 지구의 지각에서 추출된다. 부피로 따지면, 지구 적도 둘레에 10m 너비로 275m 높이의 벽을 쌓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가벼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7kg의 원자재, 중량이 200g에 불과한 스마트폰 하나를 만드는 데 200kg에 달하는 원자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생산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원 소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토마토, 티셔츠, 알루미늄캔, 플라스틱,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6가지 소비재를 예로 들어, 이들 소비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 즉 자원의 소비 발자국(material footprint)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지구촌 쓰레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6가지 소비재가 생산 및 소비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파헤치기 위해 이집트에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내몽골, 브라질과 세네갈까지 세계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지하에 있는 새로운 자원을 채굴하기 전에 불필요한 자원을 채굴하고 있는지, 채굴한 자원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유통기한을 넘겨서 폐기해야 할 것들만 버리고, 재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려면 상당한 경제 활동과 노동력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지구촌에 새로운 일자리가 다수 창출될 것이다.
루돌로지, 쓰레기의 사회학으로 살펴보는 인류의 민낯
1985년에 지리학자 장 구이에(Jean Gouhier)는 버려진 물건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그것들이 쓰레기로 전락하게 된 조건과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루돌로지(rudologie)’라는 학문이 탄생했다. 이 책은 루돌로지를 기반으로 지구촌의 쓰레기 문제를 밝히고 그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인류학자인 얀 필립 타스테뱅(Yann Philippe Tastevin)과 환경학 연구자인 제레미 카베(Jérémie Cavé),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알리제 드 팡(Alizée de Pin)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공저자인 알리제 드 팡은 이 책의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삽화를 그렸는데,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이 책은 경제 성장만 추구하느라 지구촌을 쓰레기 행성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인류의 민낯을 밝히고 있는데,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토마토, 티셔츠, 알루미늄캔, 플라스틱, 자동차, 스마트폰 등 6가지 소비재를 다루었다. 이들 6가지 소비재가 생산되고 소비되며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며, 전 세계의 쓰레기가 모여들어 몸살을 앓는 베트남, 내몽골, 세네갈 등 문제의 종착지부터 문제의 발단인 자원 채굴 현장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구촌의 쓰레기 문제를 밝히고 있다.
GDP(국내총생산)가 증가하면 GDW(국내 쓰레기 총생산)도 증가하는데, 1920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에서는 가정용 쓰레기의 양이 GDP의 성장과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자원 채굴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인류세 시대, 인류의 활동이 생태계의 균형에 갈수록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천연자원을 훼손시키는 지질학적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지구촌 쓰레기 문제는 분리수거와 재활용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니, 생산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원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토마토, 티셔츠, 알루미늄캔, 플라스틱, 자동차, 스마트폰,
6가지 소비재로 알아보는 쓰레기에 관한 불편한 진실!
오늘날 토마토는 세계에서 감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식재료인데, 매년 유럽연합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만㎢ 이상의 토지가 온실 재배, 농약 및 비료 사용, 단일 재배 등의 농업 생산 방식으로 오염되고 있다. 또 우리가 입는 티셔츠 라벨에는 섬유 소재가 적혀 있지만, 티셔츠 한 장을 만들 때 필요한 원자재와 에너지 등은 표기하지 않는다. 실상을 밝히자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50배가 넘는 원자재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1.3톤 무게의 내연기관 중형 자동차 한 대를 제작하는 데 7~10톤의 다양한 원자재를 채굴해야 한다. 알루미늄의 경우 “100% 재활용 가능”하다고 소개되지만, 수거된 캔이 항상 새로운 캔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원자재들을 점점 더 많이 채굴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발생한다.
플라스틱은 어떨까? 2018년 이전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대다수가 중국으로 수출되었는데, 이후에는 중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규제로 인해 새로운 국가로 수출되었다. 베트남의 민 카이는 재활용 산업 클러스터가 되었는데,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로 강물은 먹물처럼 탁해졌고, 물고기는 한 마리도 살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날 자동차는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대기 오염을 일으키지만 도로를 비롯한 자동차 전용 공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대기 오염을 낳는다. 또 유럽에서는 매년 1,200만 대의 차량이 폐차되는데, 차 한 대에서만 약 1톤의 온갖 물질이 배출된다. 폐차되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등으로 보내지는데, 자동차 배터리의 납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 이용자는 74억 명(2018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보다 많은데, 스마트폰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될까? 유럽연합 국가들은 1992년에 바젤 협약에 서명해 폐전자 기기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폐전자 기기를 아프리카(가나, 나이지리아)나 아시아(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로 수출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무게는 200g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를 만들기 위해 200kg의 원자재를 추출해야 한다. 또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희토류 채굴 현장 인근 마을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치보다 32배나 높게 나온다. 참고로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치보다 14배 높았다.
이 책은 여섯 가지 소비재가 생산되고 소비되며 쓰레기로 처리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와 소각만으로는 쓰레기를 완전히 없앨 수 없고 단지 부피만 줄이고 유독 가스 배출만 늘릴 뿐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쓰레기의 순환 경제를 주장하고 있다. 쓰레기의 순환 경제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활용을 최적화하고,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소비에 투입되는 원자재를 재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을 낳는다. 쓰레기의 순환 경제 시스템에 따라 새로운 자원을 채굴하기 전에 불필요한 자원을 채굴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유통기한을 넘겨서 폐기해야 할 것들만 버리고, 우리가 버린 것들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상당한 경제 활동과 노동력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도 다수 창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