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 지정 ‘대학생 필독서’이자,
한국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된 중국판 《태백산맥》
소설 《백록원》은 지난 2016년 4월, 73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타계한 천중스(陳忠實) 작가가 무려 6년 동안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해 1993년 세상에 선보인 수작이다.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무려 원고지 5,000매가 훨씬 넘기에, 가히 대하소설이라 할 만하다. 한국의 중국학 관련 전공자들이 이 소설을 중국판 《토지》나 《태백산맥》으로 부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천중스 작가의 열렬한 팬들이 《백록원》을 지난 30년 동안 발표된 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중국의 ‘국민 소설’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수긍이 간다. 실제로도 ‘국민 소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1994년 중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마오둔문학상’의 제4회 수상작이 되었다. 이어서 2009년 건국 70주년에 ‘신중국 70년을 대표하는 70편의 장편소설’에도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중국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 관중(關中) 지역에 소재한 농촌인 백록원이라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 작품이다. 전근대적 봉건사회의 막바지인 청나라 말기 이후부터 문화대혁명(문혁)의 혼란기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큰 축이 봉건주의의 몰락과 군벌의 발호, 공산당과 국민당의 국공내전, 문혁의 혼란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대하소설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답게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전체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을의 토호인 백(白)씨와 녹(鹿)씨 가족의 조손 3대들이다. 거의 반세기에 걸친 기간 동안 얽히고설킨 은원 관계를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것이 상당히 스펙터클하며, 주인공의 운명을 따라가는 이야기 전개는 박진감이 있다. 또한 우리로서는 잘 알 수 없었던 중국 농촌의 특정한 문화가 상세하게 깔려 있어 문화의 상대적 면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아마 그래서 영화나 TV 드라마를 비롯해 섬서성의 전통극 등으로 형식을 바꿔 재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이 중 2017년에 77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한국의 중국 전문 채널에서도 방영되었으므로 관심이 있는 국내 독자들이라면 인터넷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 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천중스는 이 소설의 무대인 서안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바로 교사가 되었다. 그러다 1965년 문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그의 나이 35세 때인 1979년에 중국작가협회에 입회했다. 그해에 소설 《신임》으로 ‘전국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전국구 작가로 인정을 받은 후 주로 전국 및 섬서성 작가협회 일에 관심과 열정을 쏟으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동향의 절친한 후배인 루야오(路遙) 작가가 1986년 《평범한 세계》를 출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자 큰 자극을 받고 다시 창작열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결국 6년의 간난신고 끝에 자신의 문필 인생에 있어 유일한 장편 소설인 《백록원》을 탈고했다.
이후 그는 섬서성 작가협회 주석을 거쳐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하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다 지병으로 타계했다. 중국 문단으로서는 아까운 인재를 너무 빨리 잃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