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모든 생명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
생태계 보존에 관한 전 지구적 동참을 호소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 엔리크 살라의 역작
에드워드 윌슨, 제인 구달, 찰스 3세 영국 국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임스 캐머런 등 추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부터 다시 묻는 책, 엔리크 살라의 『자연 그대로의 자연』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해양 생태학자로서의 과학적 통찰과 탐험가로서의 현장 경험이 어우러진 이 책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며, 왜 야생이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지를 다각도로 살핀다. 제인 구달과 에드워드 윌슨 등 전설적인 생물학자들은 물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임스 캐머런 등 환경 운동에 뜻을 둔 문화계 저명인사, 그리고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클라우스 슈바프 WEF 창립자 등 글로벌 리더들로부터 상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책.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1991년의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다른 행성에서의 인간 식민지 구축이 가능한지 확인하고자 자급자족적 생태계를 재현해 본 이 프로젝트는, 산소 부족, 종 멸종, 먹이망 붕괴 등으로 결국 실패한다. 저자는 이 실패가, 지구라는 생물권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간이 아무리 고도의 과학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지구 생태계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재현하기 어려움을 강조하며, 지구가 기적적인 균형 위에 존재하고, 우리 인간이 그 안에서, 그것의 일부로서 살아 간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태계는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이 책은 생태계에 대한 정의와,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를 소개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한다. 생태계는 숲이나 강에 국한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유기체와 물리적 환경이 상호 작용하며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다. 도시 역시 다양한 생물과 인프라가 얽힌 생태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생태계를 정의하는 개념이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먹이그물, 에너지 흐름, 자가조절 같은 생태계의 작동 원리는 모든 생물권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생태계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한 미생물 실험을 소개한다. 20세기 전반, 생물학자 프란츠세비치 가우제는 작은 시험관 속의 효모와 짚신벌레 실험을 통해, 자원 경쟁, 포식과 피식, 공존의 조건 등을 보여 주었다.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종은 결국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제한다는 〈경쟁 배제 원칙〉과, 공간적 은신처나 외부로부터의 이주가 있어야만 포식자와 피식자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 생태계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생태적 천이, 핵심종, 인간, 그리고 생물 다양성
저자는 이어 〈생태적 천이〉와 〈핵심종〉의 개념을 설명한다. 생태적 천이란 교란 이후 종의 조성과 군집이 서서히 변하며 새로운 균형으로 향하는 과정을 뜻한다. 초기 종이 사라지고 후속 종이 자리잡는 이 변화는 생태계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상징하며, 이는 숲, 초원, 해양 등 다양한 환경에서 관찰된다. 이 과정에서, 개체 수는 적어도 생태계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좌우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핵심종〉이다. 이들 상위 포식자나 서식지 형성자들은 전체 먹이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간은 생태계의 구조 자체를 설계하고 재편하며 대규모로 변형시킬 수 있는 〈초핵심종〉이다. 농업, 산업, 도시화 등 인간의 활동은 자연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인간의 막강한 영향력은 도덕적 책임을 동반해야만 하며, 우리는 자연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일부에 불과함을 인식하는 윤리적 전환이 필요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아울러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도 확인한다.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인다. 종이 많을수록 생태계는 외부 충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단일 작물 중심의 농업은 병해충이나 기후 변화에 취약하지만, 다양한 종이 함께 있는 환경은 복원력이 크다. 생물 다양성은 인간의 식량, 의약품, 정서적 안정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
실질적 해결책들, 그리고 자연의 경제학
책은 이제 생태계 보존과 생물 다양성 확보의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간다. 바로 〈보호 구역 지정〉과 〈재야생화〉다. 단순히 보호 구역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완전한 보호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해양 보호 구역은, 조업을 전면 금지한 지역에서만 생물량이 극적으로 회복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와 모니터링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 정책적 의지가 함께해야 한다.
한편 재야생화는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종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스스로 자율성을 되찾고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1990년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를 재도입한 실험은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하는 효과를 넘어, 일대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생태계는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작동하며, 인간은 그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고맙게도 우리 자신에게 혜택으로 되돌아온다는 점도 저자는 강조한다. 해양 보호 구역에서는 조업 금지 시행 후 수년 내에 어류 개체 수가 급증하고, 인접 해역의 어획량도 늘어나 지역 어민의 수익이 증가한다. 또한 습지와 맹그로브 숲은 홍수와 해일을 막고 정화 기능을 수행해, 인공적인 방재 인프라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피해를 줄여 준다. 열대우림과 연안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을 줄여 준다. 이는 경제적으로 수조 달러의 가치를 지니며, 결국 생태계 보전은 장기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투자인 셈.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책임이나 환경적 이상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자연을 보존하는 이유는 물론 이러한 실용성 때문만은 아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존중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지닌다. 우리는 자연의 모든 생명을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왜 야생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에 있다. 야생은 인간 생존의 기반이자 심리적·정서적 안식처이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번영이 가능하다. 얼마 전 인류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연 파괴가 초래한 재난으로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 회복 없이는 미래도 없음을 경고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 『자연 그대로의 자연』의 번역을 맡은 역자 양병찬의 노력은 책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2019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이 책에서도 적절하고 적극적인 번역으로 독자의 풍성한 독서를 돕는다. 정확한 번역어와 이해하기 쉬운 문장, 풍부하고 친절한 옮긴이 주석은 이 책의 가독성을 한층 높인다. 그는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과학 저널의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매일 번역해 SNS에 소개하며 한국 자연과학계에 묵묵히 헌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 후미에 실린 16면의 화보는 본문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숲바닥 지하의 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영양과 스트레스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을 도해한 〈숲의 보이지 않는 연결망〉 그림은, 생생하고 품격 있는 20여 개 이미지들 중에서도 단연 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