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는 문제적 인물이다. 임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사다. 그는 문학이라는 등불로 민족의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 비출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의 시와 비평적 언어는 치열했고, 정치적 실천은 뜨거웠다. 그의 시와 비평과 삶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한국문학사를 연구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의 삶은 짧지만 강렬했다. 그 강렬했던 임화의 도전과 실패를 거치며 우리 문학은 여기까지 진보해 왔다. 이형권의 『임화 평전』은 임화의 비극적 운명이 민족 모순이나 계급 모순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적실하게 분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화가 자신에게 다가온 ‘이상한 운명’에 무릎 꿇지 않고 당대의 모순과 어떻게 싸우다 갔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한 시절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던 임화의 생애와 문학에 나타나는 그 미세한 흔들림을 잘 포착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임화의 문학, 한국 현대문학의 정신과 이념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일독해야 할 것이다.
-도종환(시인,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화는 식민지 시대와 해방기에 걸쳐, 시인으로 평론가로 문학사가로 문학 운동가로 자신의 이름을 수놓은 열정의 인물이다. 그의 이름과 행적이 아직도 끊임없이 현재형으로 호명되고 소급되는 까닭도 이러한 범접하기 어려운 그의 문학 세계 때문일 것이다. 이형권의 평전은 ‘이상한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일생 동안 그 운명과 싸우면서 문학 본연의 현실 비판 기능을 견고하게 보여준 임화를 원상(原象)에 가깝게 복원해 간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다다이즘에서 코뮤니즘까지, 시와 비평에서 문학사까지, 활자에서 영상까지, 네거리와 현해탄을 건너 바람찬 눈보라 속의 전장까지, 서울과 동경과 평양을 가로지르는 “비극의 삼각형” 속에서 겪은 사랑과 투쟁과 처형까지, 임화의 생애와 유산이 가장 정확하고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처럼 남다른 이형권의 문학사적 혜안과 필력을 통해, “나는 뉘우침도 부탁도 아무것도 유언장 위에 적지 않으리라”(「다시 네거리에서」)고 외쳤던 임화는 한국문학사의 가장 문제적이고 비극적인 인물로 돋을새김된다. 근대문학 인물평전의 한 개가가 아닐 수 없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