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의 수필은 화려하거나 기교적인 표현보다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쓴 작품이 많다. 솔직하고 진솔한 문체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풀어놓았기에 독자들의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낸다.
수필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확장시켜 기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경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주관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 수필인데, 이미경의 수필집에는 이러한 수필의 정체성에 성실하게 답한 작품들이 많다.
이미경은 과거 경험이나 일화에서 서사를 시작하여 그 경험을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구조는 과거와 현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이야기를 쓰면서도 현재 시점으로 돌아온 작가는 과거의 경험을 바라보고 해석하여 현재의 성찰로 마무리함으로써 서사에 완결성을 부여한다.
이미경의 수필집《구피의 몸 털기》에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할머니, 아버지, 엄마, 형제들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직조되어 있다. 이미경의 수필집에 가족의 이야기가 여러 편 실려 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예전에 느꼈던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를 복원하고 싶은 마음도 한 부분 차지할 것이다. 잘못을 하면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를 때릴 정도로 엄한 아버지, 시골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개화된 아버지, 집안에 신문물을 들여오고 읍내에 나가 영화도 보여주는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다면성을 그리움과 함께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이미경의 수필집에서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다룬 여러 편의 수필을 읽으면서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진 수필 문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타자를 외면하고 자기밖에 보지 못하는 나르시시즘’에는 폐쇄적인 성격이 있다. 수필의 한계를 나르시시즘에 빠진 폐쇄성으로 꼽고 있는데, 이미경의 수필집《구피의 몸 털기》에는 사회와 ‘나’와의 관계, 세계와의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이미경의 다음 수필집을 기대한다.
-문윤정(수필가, 문학평론가), 서평 〈서사와 성찰로 직조된 글쓰기의 방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