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맥주 한 잔이었다.너무 익숙해서 별 감흥도 없었고, 뭘 물어볼 거리도 없었다.그런데 그가 물었다.“당신, 라거 좋아해요? IPA는 좀 쓴데 괜찮을까요?”
그때 알았다.맥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해 알고 싶은 눈빛이었다는 걸.그는 맥주 얘기를 꺼내지만, 듣고 싶은 건 내 하루의 온도, 내 입맛의 기울기, 내 취향의 진심 같은 거였다.
《맥주의 유혹》은 그런 책이다.냉장고 안에 늘 있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되는 술.그건 지적인 대화의 핑계이자, 연애편지의 서문 같기도 하다.
그는 맥주의 기원을 말하면서 고대의 신화를 꺼내고,IPA가 건너간 바다를 따라 기억과 감정도 함께 건너간다고 말한다.취향의 선택에 숨어 있는 내 진짜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듯, 조용히 웃으며 한 잔을 건넨다.
읽다 보면 그와 나 사이엔 점점 말이 줄고, 대신 장면이 남는다.영화 속 키스 직전의 맥주, 노동 후 지친 어깨 위에 놓인 한 잔,우리가 술 대신 건넨 어떤 위로 같은 것들.
《맥주의 유혹》은 맥주를 이야기하면서 당신을 유혹한다.단 한 번도 맥주가 이렇게 다정하고 깊게 말을 건 적은 없었다.
“당신, 어떤 맥주 좋아해요?”그 질문은 결국 이렇게 들린다.“당신이라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