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러야 하는가?
해답은 당신의 도시 안에 있다!
베를린 사람들이 하루에 50분이면 출퇴근을 해결할 동안 수도권 주민들은 하루에 90분을 출퇴근에 쏟는다. 길에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니 다른 경제 활동이 더 일어나기 힘들다. 결국 이동의 문제가 사회 활력을 저하한다. 이 문제의 원인이 교통망이 부족해서인지, 도시 구조가 효율적인 교통망을 갖추기 어렵게 해서인지, 현재의 도시 인프라가 우리 사회에 맞는 옷인지 한 번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주요 거점 도시들의 출퇴근 시간은 부산, 대구, 광주, 대전조차도 런던, 뉴욕 도시권보다도 길다. 이는 한국의 개개 구성원에게 다른 나라보다 넓은 생활 반경이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장시간 출퇴근을 하고 있을까?
① 애초에 좋은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② 산업 단지가 직주 근접 형태의 계획 입지형이 아니라 개별 입지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③ 과도하게 분산된 서울의 도시 구조는 대중교통망을 짜기 어렵게 만듦과 동시에 시민들이 만족하기 힘들게 만든다.
④ 수도권 내의 강남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 정부가 경인권 서부에 대대적인 주택 공급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일자리 역시 이에 따라 이동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일자리는 동쪽에서 공급하고 주택은 서쪽에서 계속 공급하면서 오히려 집과 직장 간의 거리를 벌리는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⑤ 전국 단위의 강남 접근성에도 문제가 있다. 강남 중심에는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교통을 처리할 만한 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역, 김포 공항, 수서역은 강남 중심지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아무리 뛰어난 교통 시설과 망이 있어도 도심 기능의 집적화가 교통망 구축보다 우선하는 도시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게 집적된 공간일수록 대중교통의 공급도 용이해져 다양한 계층이 해당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집적 효과도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심의 혼잡 대책으로 시설을 일률적으로 외곽으로 분산하는 것보다는 고층위의 시설은 도심에 압축된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대중교통망을 갖추는 것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늘어나고, 그 구성원들이 이동에 덜 지칠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 주민에게도 도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어 본질적으로는 좀 더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이다. 그러면 이제 물음은 한국은 이러한 효율적인 공간 구조를 갖추고 있을까다.
한국의 도시 구조는 왜 이렇게 어그러졌을까?
도시 구조를 바꾸면, 출퇴근이 달라진다!
도시 계획을 할 때 일부러 어그러진 형태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당시에 어떤 현실적인 한계들이 분명히 있었고 어떠한 맥락이 있었는지 짚어봐야 한다. 초창기 도시 및 국토 계획에서 원했던 것은 적당한 수준의 도심(사대문) 기능 분산(수도권 단위)과 수도권 성장 억제(전국 단위)였기에, 이동 시간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는 구조를 추구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주체들의 의사 결정과 예상하지 못한 기술 발전과 사회생활의 변화는 기존 정책 입안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도시 구조, 특히 일자리의 위치를 흐트러지게 했고, 여기에 자연 지리적·인문 사회적인 여건으로 교통망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시 구조를 따라가기 어려워지면서, 공간 구조가 어그러지고 사람들이 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현대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교통난은 교통망의 확충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교통망을 조성해 놓아도 땅값이 싼 곳으로 기업이 옮겨 가고 새로 개발하는 곳으로 도시의 중심을 옮기고 그로 인해 도시가 계속 흐트러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상에는 그 어떠한 교통 대책을 내놓아도 유효한 대책이 될 수가 없다. 실효성 있는 교통망의 공급이 힘들어지니 개개인이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책은 교통 문제의 원인이 교통망이 아니라 도시 구조에 있음을 지적한다. “무엇이 한국인이 출퇴근에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지”부터 시작하여 이것이 세계적으로 만연한건지, 아니면 한국만 유달리 독특한건지 또한 이 문제가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전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책으로 교통에 있어 GTX나 광역철도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인 도시 구조(공간 구조)의 설계 실패의 문제를 끌어내고자 한다.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다
도시 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일이나, 교통망을 새로이 설치하는 일은 매우 큰돈이 드는 사업이다. 특히 기존 도시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러한 공간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것에는 사회적 타협과 큰 결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만약 공간 구조를 바꿔 나가기로 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점을 논의해야 하는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도심은 얼마나 압축되어야 하는지, 이 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와 도시 권역은 어떻게 공간 범위를 배정해야 하는지, 공간 범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도심의 기능 집적화와 고밀도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셋째, 공간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교통망과 그 교통망이 집적되는 시설의 위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넷째, 이러한 공간 범위를 배정하고 관리할 기관의 주체, 또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다섯째, 수도권 분산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여섯째, 경제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삶과 통근의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토지 및 공간 활용에 대한 공공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통근 시간이 길다는 것은 공간에 대한 쟁탈전이 심함을 의미하므로, 저자는 과도한 경쟁의 완화와 책임론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