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이 시점에 우주개발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우주 비즈니스 레볼루션》은 우주기술의 다양한 활용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우주를 중심으로 글로벌경제, 산업, 외교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교양서입니다.
- 손재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뉴 스페이스 시대가 만드는
새로운 우주산업
2024년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에서 분리된 1단 로켓이 발사대에 착륙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발사대에 정확하게 안착하는 로켓은 새 역사를 만들었다. 스페이스X는 자체적으로 로켓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것은 물론 1단 로켓을 재활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기존 우주산업에 큰 파장과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적으로 로켓 제작과 발사, 위성 및 탑재체 제작과 관련된 기술 개발은 국가 정부가 주도하고, 여기에 기업들이 참여하여 발전해왔다. 미국의 민간기업들은 이 과정에서도 순수하게 민간 기술과 자본만으로 로켓을 만들어서 발사하려고 시도했으나 계속 실패했다. 그런데 스페이스X가 성공한 다음부터 로켓 랩, 아스트라,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등 미국과 유럽의 민간기업들이 로켓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로켓 제작과 발사만이 아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자극받아 유럽의 원웹,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 캐나다의 텔레샛 등이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 연달아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만드는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벗어나 마침내 민간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키워가는 진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주 비즈니스 레볼루션》은 민간기업들이 만든 우주산업의 비약적 성장과 발전을 소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주산업의 모습을 살펴본다.
민간 우주 기업들의 위성 활용 서비스 전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우주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페이스X처럼 발사체를 직접 제작해 우주로 발사하는 모습만을 떠올린다. 혹은 우주관광, 우주 자원 채굴, 우주 태양광발전 같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서비스를 상상한다. 그렇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에 이미 활성화되어 있으나 중요성과 기회는 간과되는 우주산업이 있다. 바로 위성 활용 서비스다. 위성 활용 서비스란 전 세계 어디서나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위성통신, 전 세계 어디서나 관찰하고 촬영하는 위성관측, 사람과 사물의 위치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는 위성항법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우주산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성통신, 위성관측, 위성항법 서비스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위성 활용 서비스 시장에 혁명과도 같은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위성통신은 미국 민간기업 O3b나 원웹처럼 기존의 정지궤도위성 중심에서 저궤도위성 같은 비정지궤도 위성 서비스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위성관측도 플래닛 랩스처럼 위성을 군집화하거나 아이스아이처럼 비광학 탑재체인 SAR을 이용하여 관측 정보의 고도화를 추구한다. 미국의 GPS, 유럽의 갈릴레오, 중국의 베이더우 같은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이나 지역 위성항법시스템은 주로 강대국의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최근 민간기업 조나 스페이스 시스템스가 저궤도위성을 활용하여 고정밀 글로벌 항법시스템을 서비스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위성 활용 서비스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0.3미터급의 초고해상도 광학 영상 위성을 제작하고, SAR 위성도 개발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컨텍은 국내외에 지상국을 설치해 위성영상 수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인 KPS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KPS는 정지궤도위성 세 기, 경사궤도위성 다섯 기로 구성된다. 첫 위성은 2027년에 발사할 예정이며, 2035년까지 모든 위성을 발사하고 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으로 위성통신, 위성관측, 위성항법 산업 모두 서비스의 공급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민간 부문의 수요를 얼마나 더 크게 창출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우주 비즈니스 레볼루션》은 현재 위성 활용 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스페이스X, 원웹, 유텔샛 등 주요 글로벌 사업체와 서비스를 소개하고, 이들 사이에 얼마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위성 활용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현황과 전망, 기회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우주산업이 구호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위성 활용 서비스가 새로운 산업으로서 경제성으로만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우주 비즈니스 레볼루션》은 위성 활용 서비스가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분야에 주목한다. 국제 개발 및 구호 활동은 지구 어느 곳에서나 위성 활용 서비스의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저개발국이나 분쟁 지역, 자연재해를 당한 지역의 주민들은 가난, 질병으로 인한 고통, 치안 부재에 따른 위험을 겪는다. 이런 지역을 대상으로 원조와 구호 활동을 할 때는 피해 규모, 피난민이나 이재민의 이동경로,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도로 상황 등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기존에는 선발대 형태의 팀을 들여보내 현장 정보를 파악했으나 정확성이나 데이터의 규모에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현장에 접근할 때 물리적으로 위험한 일도 자주 생긴다. 이때 위성통신, 위성관측, 위성항법 서비스를 활용하면 현장 상황을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피해 복구, 구호와 지원 활동을 수행할 때에도 효과적이다.
일례로 유럽의 유텔샛은 아프리카 지역의 저소득국가를 대상으로 원격교육, 원격진료를 하기 위해 위성통신을 제공한다. 룩셈부르크의 SES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긴급 통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모니터하고 방제할 때도 위성영상과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한다.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위해
《우주 비즈니스 레볼루션》의 저자는 KT 그룹에서 32년간 미국법인장, 그룹 경영단장, 비서실장, 케이티샛 대표 등 각 분야를 두루 거친 위성·통신·IT 분야의 전문경영인이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우주산업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 즉 올드 스페이스와 뉴 스페이스의 균형을 강조한다.
우주산업은 고도로 기술 집약적이며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므로 숙련된 인력 양성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따라서 올드 스페이스를 이끌어온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지고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우주산업 인프라와 관련 기업이 협력해 공생하는 에코시스템이 해당 국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우주에 대한 장기적 계획과 비전을 제시하고 안정적인 시장을 조성하면 민간 우주 기업들도 우수한 인력과 자본을 과감하게 투자하게 되며, 그 기반 위에서 혁신적인 우주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이런 선순환이 지속되면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