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지진과 동고동락한 지 20년
재일교포 주부의 슬기로운 지진 탐구생활
최근 잦아진 경북 일대의 지진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시사한다. 하물며 일본에 살며 지진을 일상처럼 겪는 재일 거주 한국인들이 가지는 지진에 대한 인식과 대비 태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지진 관련 에피소드는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처참하다. 저자도 처음에는 지진 별거 아니라는 태도였다. 하지만 목조가옥 료칸에서 처음으로 큰 지진을 겪은 후부터는 달라졌다. 그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부터 트라우마가 생겼다. 연이은 지진과 홍수로 무너진 노토반도 경험에 이르기까지….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저자는 지난 세월을 교훈 삼아 이번 일본 침몰 예언을 대비해나가기 시작한다.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 집 안에 반드시 마련해둬야 하는 준비물부터 뉴스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재난용 간이 화장실 팁까지, 저자가 스스로 체득한 실전 생존 매뉴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더 이상 일본의 재난 상황을 남의 일 보듯 봐서는 안 된다. 예언이 현실이 될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리,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자연재해에 대비해 훈련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와 쓰나미가 덮친 일본 방사능 핫스팟의 제염작업 이야기(120~126쪽)는, 자연재해 자체의 공포와 비극뿐 아니라 인간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 책의 가치를 재난 대비에 있어 선진 강국 일본에 살면서 친정 국가인 한국에 지진 대피법과 환경 오염으로 인한 비극을 한 수 앞서 가르쳐주는 에세이로만 보기에는 아깝다. ‘일본 침몰’이라는 책 제목과는 반대로 절대로 ‘일본 침몰’이 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저자의 마음이다. ‘일본이 가라앉는’ 상황이 온다면 이웃 나라 한국에 끼칠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미리 대비하고 있느냐는 문제의식을 던져줄 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감수해야 할 국제 간 난민 문제 등 현실적인, 인도적인 문제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장 역할도 한다.
지금 한반도에서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적게 일어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비롯한 당국에 빨간불을 켜게 만드는 책으로서, 기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인이라면 늘 몸소 익혀야 할 지구 재난 대비 훈련서이다.
먼저 준비하지 않으면 비극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20년의 지진 체험기를 풀어낸 이 책을 읽고, 재난 대비 구호물품의 정확한 양(60, 62쪽), 집 안 점검(69쪽), 전기·수도·가스·통신 대비 방법(70쪽) 등을 참고해 준비하자. 미리 알고 준비하면 더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다쓰키 료 『내가 본 미래 완전판』 中) 그러지 않으면 재난으로 인한 비극은 『내가 본 미래』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겪을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흔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막을 수 없는 ‘천재(天災)’였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예측할 수 없었다 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 빈 방 마련, 제대로 된 잠옷 입고 취침, 충분한 물과 비상식량 준비, 대피 시 만날 곳 정하기 등 쉬운 일부터 실천하기로 하자.
*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자연재해 구조활동 봉사자나 교육자,
재난·안전관리, 긴급 구호 등 관련 부서 담당자
- 경주·포항 등 최근 지진 발생 지역의 교육자나 단체장
- 공부·사업상의 목적으로 일본의 상황에 늘 촉각을 세우는 사람
- 집 안에 상비해두면 좋을 구호물품 등 매뉴얼이 필요한 부모
- 잦아지는 자연재해가 두렵고 이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