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화사랑’에 청춘을 빚졌다. 경의선 열차를 타고 백마역이나 장흥역에 내려 "화사랑"에서 보낸 시간들은 많은 이들에게 "낭만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화사랑 안주인 박상미 푸트 아티스트가 그간 고객들에게, 특별한 날 뷔페 음식으로 차려냈던 138개 음식의 레시피를 정리했다. 당시에도 앞서가던 그의 창작요리는 여전히 지금도 또 미래에도 많은 이들을 감동시킬 "가치"가 있다. 소중한 이 자료가 많은 이들이 그들의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밥상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맛있는 것일수록 여럿이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
푸드 아티스트 박상미의 음식철학의 근간은 자신의 음식을 가까운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에 있다. 그래서 늘 양이 많고 푸짐한데, 넉넉한 그의 인품까지 담아내는 요리다. 이 책은 그 어디에서도 볼 없는 요리책이다. 단순히 레시피를 얻기 위해서도 유용하지만 음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욱 독자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지인들과 1년 6개월 동안 모임을 하며 요리를 하고 기록을 했다는 것도 다른 요리책과 다른 점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그 시절 우리들의 청춘이었던 "화사랑"의 요리들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도, 기록하여 미래로 보내는 것도 말이다. 사진만 봐도 참 좋다. 소장하고픈 퀄리티다.
편집자의 글
화사랑 음식을 먹어본 이의 고백
‘화사랑’과 달팽이미식회
박상미 푸드 아티스트의 음식들을 먹어본 이로써, 독자 여러분께 감상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의 말미에 글을 싣습니다. 한 사람이 40여 년간 발전시켜오며 대중들에게 이미 검증받은 음식의 레시피를 모은 이 책을 사지 않는 것은 모두의 손해이기에, 구매를 독려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지요. ‘먹을 복을 타고난 이’가 있다면, 아마도 저일 거예요. 전설처럼 전해 듣던 ‘화사랑’ 안주인의 음식을 1년 6개월여간 원 없이 맛보았으니까요.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박상미 푸드 아티스트의 인생 전부와도 같은 ‘화사랑’ 시절 요리들을 정리하는 일을 함께하게 된 것은 타고난 저의 먹성과 표현력 덕분입니다. 해주신 음식이 너무 예뻐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사진을 찍었고 너무 맛있어서 엄지척을 날리며 맛있게 먹었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레시피를 여쭈어 「슬로매거진달팽이」에 실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고, 마침 요리 인생 40여 년을 정리하고 싶었던 박상미 푸드 아티스트의 여정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1년간의 ‘달팽이미식회’가 시작되었고, 최근 몇 년간 슬로푸드를 통해 알게 된 여섯 명을 주축으로 간혹 박상미 선생의 지인들이 함께하며 1년 12회를 채우고 꼭 넣어야 할 메뉴들을 차려 4번의 미식회가 더 열렸습니다. 또 가끔 많이 만들었다고 가져다주시는 음식까지, 이 책에 소개된 메뉴가 138개입니다. 예전에 기록해둔 것을 정리한 요리 10여 개를 제외하고 다 먹어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결과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조리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래도 되나 싶게 호사였고, 영광이었고, 황송했던 맛의 향연이었습니다.
아는 맛은 아는 대로, 모르는 맛은 모르는 대로
박상미 선생의 요리는 ‘익숙한 재료의 새로운 맛, 낯선 재료의 친숙한 맛’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평범한 음식의 예술적 재탄생, 근사한 식재료의 일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맛과 담음새를 제대로 찍어내지 못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도 있지만, 매달 장소를 바꿔가며 실제 가까운 이들과 음식을 나누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요리책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요리책은 기획을 바탕으로 스튜디오에서 촬영용 세팅을 해 찍는 것이 보통인데, 왠지 저희는 그런 과정이 낯설었지요. 실제 음식을 즐기며 그 시간을 담아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철마다 나는 식재료, 모임의 특성에 맞춘 메뉴들, 현장의 분위기와 날씨마저 담은 자연스러운 사진들, 그리고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는 소감들까지 있어 이 책에 실린 모든 요리가 저에게도 특별하게 기억됩니다. 개인적으로 평소 요리를 즐기고 먹는 것에 진심인 편이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는 맛의 식재료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고, 모르는 맛의 식재료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하며 매 순간이 설렘이었지요.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모자라지 않은 완벽한 맛입니다. 과하지 않고 적당한 맛의 어울림, 재료나 맛내기의 경계가 없는 자유로운 창작요리들, 요리마다 가지고 있는 박상미 선생의 이야기들까지 함께 맛보니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수밖에요. 매달 미식회 후 재료가 있으면 다시 흉내내 보기도 하며 여전히 제법 많은 메뉴를 즐기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묻는다면…
「슬로매거진달팽이」에 매달 미식회 내용을 연재하면 많은 이들이 추천 메뉴를 물었습니다. 사실 딱 하나를 고르기란 매우 어렵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또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묻는다면 이상하게도 ‘우메보시알타리무샐러드’가 떠오릅니다. 충격적이었지요. 달달한 알타리무를 우메보시에 무친 것인데, 저는 그날 거의 세 접시를 혼자 먹었습니다. 고수불고기, 고수냉면, 고수샐러드 등 고수를 활용한 메뉴도 떠오릅니다. 고수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그렇다 해도 고수를 이렇게 훌륭하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또 놀라웠습니다. 박속꼬시래기냉채를 맛본 후에는 직접 박을 사기도 했고, 섬초동백꽃튀김과 무화과와인소스는 제가 먹어본 튀김과 소스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린묵
잡채도 떠오르네요. 정성을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꽃개떡이나 콩쑥버무리, 삼색다식도 그렇지요.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여러 시도도 기억에 남습니다. 예를 들어 멸치무침(박속꼬시래기냉채, 고수샐러드 등), 장조림(섬초장조림무침), 베이컨칩(매시드포테이토 등) 등 조미료가 아닌 하나의 음식으로 간을 하고, 나물이나 감자에 올리브유를 더해 샐러드(쑥부쟁이샐러드, 감자샐러드 등)로 즐기는 것입니다. 알타리를 우메보시로 무친 것(우메보시알타리샐러드)도 마찬가지지요. 안 먹어본 요리 재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물쑥, 미즈나, 크레송, 개복숭아 같은 재료는 낯설지만 이내 각인되는 맛이었습니다. 꽃을 활용한 요리들은 어떤가요. 복숭아꽃, 배꽃은 태어나 처음 먹어본 것 같아요. 미니 팬지(비올라)나 한련화가 요리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어 농부들을 만날 때마다 키워달라고 부탁했답니다. 무수프와 비트수프, 수박냉수프도 떠오릅니다. 평소 수프를 해 먹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 세 가지 수프는 한 술 떠먹는 순간 “와~” 하는 감탄만 했지요. 꼭 하나, 다시 먹고 싶은 요리를 고르라면 생선요리 가운데 가오리를 활용한 메뉴를 꼽고 싶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다른 건 조금이나마 흉내내볼 수 있겠는데 가오리는 좀처럼 다루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책을 만들며 메뉴마다 감상을 더하고 싶었을 정도로 모두 소중한 음식들입니다. 여러분의 최고 메뉴를 찾아가는 것도 흥미로울 거예요. 이 책의 모든 메뉴는 이미 고객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그 맛을 검증받은 것들입니다.
박상미 푸드 아티스트에게 배운 것들
1년 6개월여의 여정에서 박상미 선생의 아름다운 요리들을 만나며 저는 인생 공부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전설로 남은 ‘화사랑’ 안주인의 요리, 그 과정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며 요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먼저 배웠습니다. 재료를 다루는 선생의 모습을 보면 요리에 대한 진심이 보입니다. 식재료에 대한 이해는 그만큼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계절과 자연을 알아오며 쌓인 지혜입니다. 다 만들어진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 자기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배려와 헌신에 가까운 행동들 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늘 즐거웠고 행복해 보였지요. 박상미 선생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인 불교철학의 ‘자리이타’를 음식을 통해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본 듯합니다. 이후 저에게도 ‘자리이타적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많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식이 그저 단순히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슬로푸드운동을 지지하고 슬로푸드 철학을 삶의 태도로 받아들인 저에게 ‘음식’에 대한 생각의 폭을 더욱 넓혀준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에 기꺼이 함께할 수 있게 해준 박상미 푸드 아티스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잊지 못할 봄날에
요리 사진과 편집을 맡은,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