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자는 마을을 바꾸려 했고,
마을은 그녀를 무너뜨렸다”
보수와 관습,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억압을 해부한 문학적 고발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중서부의 작은 마을 고퍼 프레리로 이주한 캐럴은 고리타분한 마을의 문화와 보수적 태도를 바꾸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완강한 저항과 냉소 속에서 점차 좌절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발목이 드러나는 캐럴의 옷을 비난하고, 교회는 모르몬교 배척과 금주법에만 열을 올리고, 마을 영화관은 검열로 자신들의 순수성을 지키려 하며, 지역 유지들은 부동산 투기를 하고 노동자들의 단합이 자신들의 부를 침해할까 억압하는 물질숭배자들이다. 여성의 욕망은 억압되고, 결혼한 여성들의 영역은 육아와 살림, 봉사에 한정되며, 남편에게 구걸하듯 생활비를 받는다. 루이스는 이 작품을 통해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미국 중산층의 삶과 가치관에 의문을 던지며, 공동체의 일상 속에 내재한 폭력성과 이념적 억압을 신랄하게 해부한다.
미국 문학에도 ‘폭로’의 역사가 있었지만, 그 어떤 소설도 친근한 마을의 신화나 중산층의 자기 만족이라는 껍질을 깨뜨리지 못했다. “종교의 근본주의, 산업의 자본주의, 교육 ㆍ 과학 ㆍ 예술의 상업주의, 국수주의, 일반 여론의 반동주의”를 비판한 『메인 스트리트』는 당시까지 가장 타협적이지 않고 가장 노골적인 문학적 고발로,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반응은 작품 속 고퍼 프레리가 미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대중의 공감 때문이었다. 루이스 특유의 풍자적 묘사가 깊이와 리얼리즘의 힘을 더하며, 미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회 소설의 고전이 되었다.
“난 계속 나아갈 거예요, 언제까지나”
20세기 미국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
『메인 스트리트』의 배경이 되는 1910년대 미국은 개척 시대의 황혼기이자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는 시기이다. 도시가 정치 ㆍ 사회 ㆍ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중심지로 부상했고,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던 1919년에는 진보적인 사회 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캐럴은 남성에 종속되는 기혼여성의 성 역할에 저항하고 자주적인 삶을 꿈꾼다. 하지만 루이스는 캐럴을 이상적인 완벽한 투사로 그리지는 않는다, 캐럴은 여성참정권 운동가도 아니고 이민자나 하녀와 격의 없이 지내지만 계급적인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는 등, 순진한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러한 완벽하지 않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 루이스의 작품이 당시에 파격적인 반응을 얻고 역사적으로도 의의를 가지는 것은, 당시의 주류 담론 밖에 놓였던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과 투쟁을 정면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캐럴은 자신의 개인적 · 시대적 한계를 깨닫지만, “백 세대” 동안 이어질 ‘갈망하고 또 좌절할 여성’ 중 하나로서, ‘딸의 어머니’로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일반적인 여성의 삶 속에서 경제적 종속, 사회적 소외, 문화적 차별에 저항하는 캐럴은 ‘모범적인 실패자’로서 남을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메인 스트리트』는 페미니즘 문학사의 한 페이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루이스는 절대적 리얼리즘의 대가이자 창안자다”
소설가의 펜이 그려낸 세밀화
미국 역사상 중요한 시기,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전의 경제 호황기 사이에 쓰여진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일상생활과 정치, 연설, 성역할, 섹슈얼리티, 패션, 음악, 영화,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루이스는 자신의 고향이자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소크 센터를 수차례 방문하여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스케치했다. 또한 계층을 망라한 미국인의 말투를 재현하여 등장인물을 좀더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물리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위선적인 경건함, 겸손을 가장한 오만함, 만족의 베일에 싸인 도시에 대한 질투 등 사회 문화를 놀라운 예리함으로 묘사했다. 실제처럼 느껴지는 디테일, 생생한 대화, 그리고 인간 군상의 다층적인 구성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역사적 · 사회학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메인 스트리트』는 루이스의 “강렬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힘, 재치와 유머로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능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1930년 노벨문학상 선정 발표문에서도 이 점이 언급되었다. 거리와 주택 구조는 물론, 계층별 언어 습관과 지역적 사고방식까지 철저히 묘사한 『메인 스트리트』는 사실주의적 재현의 교과서로 불린다.
100년 전의 질문, 지금 우리의 이야기
『메인 스트리트』는 단지 한 여성의 개인적 좌절이 아니라, 한 사회의 구조적 억압과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야기이다. 변화와 저항, 좌절과 수용의 교차점에서 던지는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노동조합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여성과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은 형태만 다를 뿐 지금도 존재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빈곤을 오로지 게으름으로 인한 것으로 여긴다. 이 작품은 여러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를 갖기에 계속 읽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이 비판하는 문제들이 계속 존재하기에 오늘, 여기에서 의미가 큰 것은 비극이기도 하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이 고전은 묻는다. “당신은 어떤 ‘메인 스트리트’에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