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가깝지만 가장 천대받는 존재,
버려진 개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개에게 배운다』에는 우리가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아니라, 입양처가 나타나지 않아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소위 ‘잡종’과 ‘대형견’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소외된 존재들과 함께하는 순간마다 저자는 개들에게 위안을 받고, 학문적 접근과 수행으로 찾던 것들이 높은 곳에 있지 않다는 귀중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가령 가마솥에 던져졌다 극적으로 탈출한 밀키에게는 엄청난 인내심을, 선천적으로 뒷다리를 쓰지 못해 강물에 휩쓸려 가던 보디에게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을, 좁은 철창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던 폴로와 스트라이커 형제에게는 이타심을, 뼈와 가죽뿐이었던 산투에게는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배운다. 결국 저자는 “개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순간들이 사실 내 영혼을 구원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며, 오랜 배움 끝에도 닿지 못했던 진리를 가장 낮은 자리의 생명들이 가르쳐 주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이 책은 삶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려운 이론 대신, 바로 우리 곁 작은 존재들이 보여 주는 단순하고도 깊은 지혜를 전해 준다.
개식용 완전 철폐까지 2년,
비인간 동물들과 진정한 공존을 위한 길
저자는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개 먹는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을 고스란히 받아 왔다. 이 오명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2012년부터 동물보호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사단법인 ‘세이브코리언독스’와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하게 된다. 개농장이나 학대 현장을 제보받으면 달려가 개들을 구출해 데려오고, 국내 입양이 어려운 진도믹스와 도사견들에게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평생의 가족을 찾아 주었다. 또한 개들이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초여름이 되면 개시장과 육견 경매장, 국회 앞에서 봉사자들과 시위를 벌였으며, 장기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 2015년에 부천시와 함께한 ‘개고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를 전주, 안산, 군산, 남양주 등 각지로 확장해 6년간 지속했다. 개식용 문화 관련자들의 물리적인 위협과 미흡한 동물보호법으로 인한 무력감을 매일같이 느껴야 했지만, 그는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파구를 계속해서 찾아 나갔다.
이 책 『개에게 배운다』에서 저자는 1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지자체 동물보호 감독관 임명, 학대자의 동물 재소유 금지,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 등의 개선안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법적 조치뿐 아니라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개식용 금지법 시행을 앞둔 역사적 전환점에서 이 책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 해결책과 함께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존의 미래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