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세계를 만들고 싶다면,
그곳의 ‘물건’을 먼저 상상해 보자!
이 책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루키치가 어릴 적부터 상상해 온 동양 판타지 세계를 담은 창작 도감이다. ‘이름 없는 대지’라는 미지의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주인공이 상인 무리와 함께 고원 지역의 낯선 마을을 여행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면 속의 ‘프롭(prop)’ 일러스트, 즉 배경을 설명하는 소품 설정화를 중심으로 저자가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 나가는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주인공의 첫 여정지인 고원 지역에서는 마을 분위기부터, 음식, 특산품, 주민의 생필품, 행상인의 물건까지 다양한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장면을 보게 된다. 각 요소에 인물의 성격과 습관, 서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이세계의 모험 속으로 빠져든다. 저자는 장면 속에 이러한 디테일을 쌓으며 설득력을 더하고, 세계관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그림 옆에 덧붙인 짧은 글에서는 세계를 이루는 설정을 얼마나 세심하게 고민했는지가 드러나 감상의 깊이를 더해 준다.
떠오른 이미지 하나, 오래된 추억 하나가
창작 세계를 이루는 조각이 된다
프롭 일러스트를 통해 촘촘하게 짜인 이세계를 감상하고 나면, 저자가 영감을 얻는 원천과 창작 원리를 구체적인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꾸준히 기록한 아이디어 노트, 각종 서적과 온라인 영상, 여행 사이트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창작의 실마리를 찾는다. 또한 찐빵을 호호 불어먹던 겨울밤의 기억, 할아버지 댁에서 발견한 손때 묻은 물건, 가까운 사람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세계를 이루는 조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모인 일상의 조각들이 전혀 새로운 이세계의 물건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내가 만든 세계가 단지 보기 좋은 것을 넘어서, 정말 누군가가 살아 숨 쉬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를 바란다면, 『이세계 배경 창작 도감』을 통해 창작의 재미와 깊이를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