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고백하는 신앙, 사도신경의 재발견
교리가 아닌 ‘존재’를, 문장이 아닌 ‘응답’을 묻다.
“나는 믿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공동의 고백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진실하게 되뇌고 있는가? 사도신경을 다룬 책들은 이미 수없이 출간되어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사도신경의 고백이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울려야 하는지에 대한 목마름과 갈급함을 있다. 이 책은 그 터져나오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초월적 존재이신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의 실존의 자리로 들어오시는가? 믿음은 어떻게 내 삶 속에서 사건이 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존재와 실존이 만나는 신앙고백, 우리의 크레도》는 우리가 습관처럼 암송해 온 사도신경을 삶의 언어로 다시 읽고, 실존의 자리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응답에 대해 묻는다. 즉, 사도신경은 ‘무엇을 믿는가’라는 선언으로만 머물 수 없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삶의 결단을 요청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초월과 내재, 존재와 실존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두 극을 날카롭게 대비시키면서도, 그것이 하나의 구체적인 만남으로 탄생하는 ‘접속면’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접속면은 하늘과 땅이 연합하고, 존재와 실존이 조우하는 경이로운 만남의 장이다. 그리고 우리가 고백하는 하나님은 우리의 언어가 닿을 수 없는 초월인 동시에, 우리 실존의 가장 깊은 심연 속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계시는 하나님이시다.
존재와 실존이 조우하는 접속면
거기, ‘우리의 크레도’가 있다.
특별히 사도신경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접속면의 긴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풀어내기 위해 저자는 각 장의 말미에 두 신학자를 함께 초대한다. 한명은 “하나님은 인간 스스로 도달할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을 계시하신다”고 밝히는 칼 바르트(Karl Barth)이고, 다른 한명은 “믿음이란 인간 실존의 무한한 불안을 껴안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 실재를 신뢰하는 것이다”라고 고찰하는 폴 틸리히(Paul Tillich)이다. 존재와 실존, 초월과 내재로 대변되는 양극은 한편으로는 ‘오직 타자’를 말하는 폭력과 위선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 문이 닫힌 의미와 체험으로 왜곡되고 변질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대극의 만남을 청한 이유는 한편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존재는 실존을 통해 드러나고, 실존은 존재에 닻을 내려 비로소 구원에 이르는 신앙을 나타내기 위해, 또한 닿을 수 없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이 땅에 오심으로써 하늘과 땅이 만나는 접속면이 일으키신 사건을 주목하기 위함이다. 이 접속면 위에서 새사람, 새생명의 탄생과 연대가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사도신경의 15개의 신앙 고백을 순서대로 따르되, 이를 5가지의 주제적 장(전능성의 숭고, 성육신의 비밀, 부활과 심판, 성령과 공동체, 구속과 미래) 속에서 살펴보는 독특한 구성을 택했다. 눈이 밝은 독자라면 전통적 교리를 단순히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존재와 실존의 긴장 속에서 그 고백을 어떻게 ‘살아있는 신앙’으로 적용할 것인지를 묵상할 것이다. 이는 독자가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신앙의 언어와 구조를 다시 바라보고, 고백이라는 행위가 지닌 깊이와 넓이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안내한다. 이처럼 《존재와 실존이 만나는 신앙고백, 우리의 크레도》는 믿음을 존재를 건 해석의 실천으로 제시하며, 오늘날 무엇이 옳은 신앙인지 찾는 이들에게 사도신경의 첫 부르심이 스며 있는 고백의 자리로 초대하고 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접속면을 다시 딛는다. 우리는 이 고백 속에서 믿음이란 생생히 살아있는 응답임을, 존재와 실존이 만나며 하늘과 땅이 연합하는 경이로운 놀이터임을 깨달을 것이다.
[추천 대상]
- 교리와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 진리와 실존 사이의 긴장을 품은 신앙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 깊이 있는 묵상과 공동의 신앙 고백을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