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걸작 『위대한 유산』
허를 찌르는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한 소년의 ‘위대한’ 성장기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거장인 찰스 디킨스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문호로서,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그의 최고 걸작이라 평가받은 이 책 『위대한 유산』은, 당시 영국 사회의 단면과 그 시대의 인간상을 섬세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고 해학적이고도 풍자적으로 묘사한 사실주의 사회소설이다. 더 나아가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으로 선보이는 이번 판본은 문학박사이자 시인인 이세순 교수의 번역본으로서, 이세순 교수는 한국예이츠 학회장, 현대영미시 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연구 인생 동안 영문학의 적확한 번역을 치열하게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의 번역 지론에 따라 이 책은 디킨스의 독특한 표현 방식과 다양한 문체, 장황하게 이어지는 문장, 그리고 어휘의 빈번한 의미전용 등이 우리말 사용 독자에게도 유려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완성되었다. 방대한 분량과 소설 배경적 괴리감으로 인해 선뜻 『위대한 유산』 독파를 망설여 왔던 독자들에게, 이번 판본은 디킨스의 개성과 우리말의 유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대한 유산』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시골 대장장이 집에서 거칠게 자란 ‘핍’이라는 하류계급 출신 소년이 어느 날 익명의 재벌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되고, 사랑하는 귀족 소녀를 따라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애달픈 꿈을 좇으면서 벌어지는 대장정.‘ 이렇게만 보면 한순간 행운을 거머쥐고 신분상승의 탄탄대로를 걷는 신데렐라식 클리셰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유산』은 이 플롯에서 더 나아가, 주인공 핍을 둘러싼 당시 사회의 지리멸렬한 이면과 부자와 빈자의 적나라한 생활상, 등장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상태,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전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선,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등장인물을 옥죄는 죄책감의 본질 등을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함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해부’를 시도한다. 지금의 비루한 삶이 곧 세상이라고 믿고 있던 어린아이가 갑자기 수치심을 느꼈을 때, 그 아이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갈망하는 세계가 결코 어울릴 수 없을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내가 확고하게 믿었던 세계가 일순간 무너지고 말았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 『위대한 유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군상은 당시 영국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이야기’라는 형식 안에서 흥미진진하게 되살리며, 독자를 시종 웃고 울리는 탁월한 필력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디킨스 특유의 추리소설적 전개와
날카로운 인간상 탐구
“『위대한 유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짜인, 일관되게 진실한 작품이다.”
- 조지 버나드 쇼
“디킨스는 기꺼이 훔칠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다.”
- 조지 오웰
이 소설은 본디 디킨스가 직접 운영한 주간잡지 『연중』의 인기가 떨어져 판매 부수가 급감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1860년 여름부터 집필하여 총 36회에 걸쳐 이 잡지에 연재했던 것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주간 연재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성이 상당히 치밀하고 복선이 복잡하게 깔려 있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이에 힘입어 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잡지는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위대한 유산』은 말 그대로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주인공 핍의 애달프고 짠한 유년시절과 혼란스럽고 정처 없는 소년시절, 나아가 삶의 진실을 마주하고 드디어 진정성 어린 눈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성년시절까지, 그 우여곡절과 흥망성쇠가 한 톨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고 이어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에는 디킨스 특유의 추리소설적 전개와 날카로운 인간상 묘사가 있다. 특히 디킨스가 묘사하는 다종다양한 인간상이 이 소설에 독보적인 깊이를 부여한다. 시류나 외적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의무에 충실하며 곧은 삶을 영위하는 고상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 이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행하며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들, 정치적 자유와 물질적 풍요의 그늘에서 여전히 인권을 유린당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하층민들, 태생적으로 나태하고 건방지며 자신의 일에 성실하게 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타당한 이유도 없이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 등이 두루 등장한다. 더 나아가 디킨스는 묘사의 대상이나 전달하려는 상황, 분위기에 따라 현실과 환상세계를 넘나들며 사실주의 문체, 인상주의 문체, 자연주의 문체, 서간체, 신문체 등을 다채롭게 쓰고 있다. 이로써 『위대한 유산』이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소설이 아니라 문학성과 보편성, 통찰력을 두루 갖춘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역자의 말을 빌려, “이 작품을 정독한다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은 디킨스의 전 작품을 읽은 것과 거의 같은 지적 산책의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