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정학이 지금의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바로 지금의 지정학을 이해하는 출발점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륙은 곧 해체되기 시작한다”
트럼프의 국가 장벽은 안보를 보장할까, 폭력을 심화할까?
EU를 탈퇴한 영국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을 신청한 이유는?
중국에 영토 이양까지 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진짜 이유는?
신실크로드 전략은 중국이 세계 패권을 쥐기 위한 것일까?
우리는 대부분 지금 어떤 대륙에 있는지 알 수 있지만 대륙 사이의 경계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곧바로 대답할 수 없다. GDP 지수는 높은데 삶은 여전히 퍽퍽하고,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 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중국은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재패를 꿈꾸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여전히 국가, 주권, 국경을 둘러싼 논쟁과 위험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지정학적 개념들이 혼란스러워진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해온 세계”라고 말하며 그 신화를 하나씩 해체한다.
당대의 가장 뛰어난 지도 제작자들이 한때 세상을 ‘거꾸로’ 그린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이 책은 단순히 지리적·지정학적 정보만 전달하지 않는다. 중세 지도에서 발견한 그 시대의 지정학이 그 당시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줬는지, 현대 지도에서 발견한 지금의 지정학은 인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도움을 줬는지, 반대로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지정학은 계속 인류 문명과 세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왔던 것은 아닌지 등 날카롭게 통찰한다. 의문도 품지 않은 채 믿어온 국경, 대륙, 국가, GDP, 주권이라는 기본 개념들이 얽히고설켜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라는 세계 정치·경제·지리의 격전지에까지 등장한다. 이들 국가들을 둘러싼 지정학적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이유는 “상상해온 세계‘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떠들썩하게 논쟁만 하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근본적인 질문이지만 그간의 지정학과는 다른, 지금의 지정학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질문들이다.
5대양 6대주는 자연 지형에 따라 나뉜 것일까?
아시아와 유럽은 이어져 있는데 왜 다른 대륙인가?
국가의 영토와 주권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러시아는 늘 부동항을 원한다고 누가 그랬나?
1부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현실’에서는 두 가지의 기본 개념으로서 대륙과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두 개념은 지리적으로 정확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과 인간의 의지에 따라 구획되어온 것에 가깝다. 2부 ‘허구 위에 쌓인 허구’에서는 국가, 주권, GDP를 이야기한다. 유구하게 느껴지는 이 개념들은 인간이 비교적 최근에 만든 것이다. 이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또 다른 도구들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과정은 마치 모래 위에 만든 성처럼 보인다. 3부에서는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라는 세계 정치·경제·지리의 격전지를 통해 그간의 지정학이 가린 진실을 밝혀내며 상상 속 신화가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지리학 부교수이자 지리학 연구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인 저자는 풍부한 물리적·지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독자들을 변화의 길로 이끈다. 대륙의 여명기부터 중국의 부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정에서 독자들은 한국, 일본, 부탄, 짐바브웨, 중국, 러시아, 멕시코, 미국, 남극, 사하라, 남중국해, 중앙아시아를 누빈다.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부터 손에 잡히지 않는 인식의 영역까지 꼼꼼하게 짚어내는 저자의 안내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달라져야 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떠들썩하기만 하고, 답은 주지 못한 그간의 지정학과는 달리 이 책이 말하는 지정학은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사실 세계는 이미 변화의 실마리를 갖고 있는 듯하다. 여권은 있지만 영토는 없는 ‘몰타 주권 기사단’,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비르 타윌’, 어떤 펭귄도 자기 공간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남극의 황제펭귄, 원주민에게 더 큰 정치적 권리를 부여한 ‘호주의 국민투표’, 환경 정의를 보장하기 위한 ‘온라인 글로벌 커뮤니티’, 미래에 등장할 초국가적 메커니즘 등은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 바로 이 세계에서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