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을 이끈 힘은 이덕무의 글이었다.”
_문재인 전 대통령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올곧게 살았던 독서인(讀書人) 이덕무
이덕무는 ‘깨끗한 매미’나 ‘향기로운 귤’과 같은 옛 선비의 지취(志趣)를 본받겠다고 늘 노래했다. 명예나 이익, 칭찬과 비방 등 세상 사람들의 관심사는 번다한 일일 뿐이며, 이런 일들은 그가 보기에 불로 허공을 가르거나 칼로 물을 베는 것처럼 허망한 일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덕무는 비록 세상 사람들에게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을지라도 맑고 담박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선비의 본분을 굳게 지키려 했던 인물이었다.
내 마음 깨끗한 매미, 향기로운 귤 같으니
나머지 번다한 일 나는 이미 잊었노라.
불로 허공 살라 본들 결국 절로 꺼질 테고
칼로 물을 벤다 한들 아무 흔적 없으리니.
‘어리석음’ 한 글자를 어찌 면하겠나만은
온갖 서적 두루 읽어 입에 올리네.
넓디넓은 천지 간 초가에 살며
맑은 소리 고아하게 밤낮 연주하네.
-「술에 취해 1」
이덕무가 21세기 독자에게 던지는 ‘가난’이라는 화두
이덕무의 글을 읽다보면, 산업화 이래 오랫동안 잊히거나 왜곡되어 온,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진정한 삶의 가치가 어떤 것이며 무엇인지 되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난에 대한 생각도 그 중 하나이다. 우리 시대는 가히 가난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로 가득 찬 시대라 할 만하다. 가난은 구질구질하고 고통스러운 것,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상태로 여겨진다. 그러나 평생 가난과 더불어 살았던 이덕무에게 있어 가난은 결코 고통만은 아니었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이웃 간의 사랑과 보살핌의 정, 자연과의 정서적 합일, 벗들과 나누는 우정과 환대는 가난 속에서, 아니 어쩌면 가난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분수에 맞는 가난을 감수하는 삶, 곧 가난과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공생(共生)의 삶’이며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삶임을, 이덕무는 자연스레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존경하여 흠모하고, 나와 동일한 사람은 서로 아끼며 사귀되 함께 격려하고, 나만 못한 사람은 딱하게 여겨 가르쳐 준다. 이렇게 한다면 온 세상이 평화롭게 될 것이다.
-「세상의 평화란」 중에
이 책의 특징
이덕무의 글은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국역 청장관전서」로 간행된 바 있고 기타 몇 종의 편역서도 나온 바 있지만, 이 책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이 책은 이덕무의 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집(選集)이다. 기존의 편역서들은 시만을 가려뽑았거나 아니면 짧은 산문만을 묶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덕무의 시와 산문을 두루 포괄해 선집으로 묶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보다 용이하게 이덕무의 삶과 문학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원의(原義)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번역하였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번역서 가운데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번역한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학술적 목적으로 번역된 경우가 많아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이덕무의 시와 산문을 향유할 수 있도록 쉽고도 정확한 말로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