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제를 ‘강경애, 서발턴의 내러티브’로 정한 이유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인 스피박(G.C. Spivak)이 기존의 지배적인 담론에서 배제된 식민지인, 이민자, 노동자, 소수자, 여성 등 종속적인 처지에 놓이거나 주변부에 놓인 사람들을 포괄하는 용어로 서발턴(subalter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데서 근거한다. 강경애는 바로 스피박이 말했던 서발턴의 이야기를 작품화했으며, 자본의 논리에 희생당하면서도 자본의 논리를 거슬러 갈 수 있는 저항성을 갖는 주체로 서발턴을 형상화했다는 뜻에서 표제를 ‘강경애, 서발턴의 내러티브’로 정하였다.
강경애는 한국문학사, 북한문학사,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도 어김없이 주목받는 특이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강경애는 여성작가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왔던 남성 학자와 평론가들로부터도 예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역량이 뛰어난 작가로서 2005년 3월에 문화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강경애는 남성성을 계급에 따라 구성되고 좌우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남성 인물들은 그가 속한 계급의 전형성을 띠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남성성도 계급에 따라 유형화되어 재현되는 특징을 나타낸다. 부르주아 남성의 지배와 폭력의 남성성, 쁘띠부르주아 남성의 기회주의적 남성성, 프로레타리아 남성의 좌절과 분노의 남성성 등 계급에 따라 달리 표현된 세 가지 유형의 남성성은 궁극적으로 작가의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