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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서

악녀서

  • 천쉐
  • |
  • 글항아리
  • |
  • 2025-06-13 출간
  • |
  • 248페이지
  • |
  • 140X210mm
  • |
  • ISBN 979116909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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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인내와 기다림은 이미 차고 넘쳤다

슬픔이 차오르면 나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한다

 

하지만 문자의 사다리를 타기 전 주인공들이 들어서는 곳은 언제나 미궁이다. 삶에서 길을 잃거나 혹은 기억 속에서 검은 구멍으로 빠져 현실과 유리되기 때문이다. 이때 돌아올 수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은 예외 없이 사랑이다. 환각 같은 성관계. 네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언제든 충분한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나는 아쑤의 젖가슴을 빨면서 한때 자신에게 주어졌던 영아 시절을 생각했다. 한 번도 늙은 적이 없는 엄마의 몸에 있었던 아쑤 것만큼 아름다운 유방을 생각했다. 이 땅에 나오자마자 요절해버린 사랑을 생각했다.”(「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사랑을 주는 사람은 어느덧 엄마처럼 ‘나’를 잉태하고 양육하는 자궁이 된다. 그리고 그 자궁은 죽음 이후에 나를 묻을 무덤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작품 곳곳에는 죽음과 부고訃告가 도사리고 있다. 치명적인 동성애가 죽음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식, 혹은 죄책감이다. 이들의 사랑에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공포감이 늘 스며 있다. ‘이 세상의 본질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 레즈비언으로서 천쉐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작가’였다고 말한다. 그녀가 소설을 써온 것은 “스스로 미치광이임을 증명하는 표식”이나 다름없었다. 동성 간의 욕정을 과감히 드러내는 묘사는 그러나 오늘날 그녀를 1990년대 젠더 연구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삶에서 남성과 성관계를 먼저 가진다. 그런 후 우연히 어떤 여성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발견한다. 남자와의 관계는 단지 보복의 쾌감 같은 것이었다. 이 남자들은 여주인공과 성관계를 맺고 나면 거의 불능이 되어버린다. 상대 여성의 성기는 그들에게 ‘가위’나 마찬가지여서 관계 후 남자들은 그 여성을 ‘악마’라고 부르게 된다. 반면 동성과의 관계는 오감을 동원한 가장 깊은 애무로 표현된다. 남녀는 체액의 냄새도 다르다. 내가 아쑤에게서 처음 맡은 것은 “가장 색정적인 냄새”였다. 과거 정액 냄새를 맡았을 때 평생 남자의 몸에서 쾌감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과 정반대다.

 

과거는 재해석되며 연대순으로 쓸 수 없다

사랑은 근원이자 무덤이다

 

천쉐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설가와 레즈비언으로 나누어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에세이 『같이 산 지 십 년』을 보면 나이 들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사랑에 만족감을 느끼는데, 사실 이런 관계는 『악녀서』를 쓰고 나서 한참 후의 일이다. 지금 중년이 되어서는 상대의 삶 속에 녹아드는 평온한 사랑을 추구하지만, 젊은이의 사랑은 무덤덤하기 힘들다.

 

기억은 연대순이 아니다. 모든 것이 뒤엉키고 감정은 시간에 따라 모양을 바꾸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말한다. “내 기억은 산산이 부서진 파편들이며 사실은 환상과 꿈속에서 비틀리고 왜곡되었다.” 수치심과 원한, 이것은 그들에게 ‘과거’와 동의어다. 이런 감정은 구멍들을 만들어내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으며, 완전한 스토리의 잔해를 긁어모은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천쉐의 작품은 여성 동성애, 여성 성욕, 정신질환에서부터 최근의 계급과 가족관계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데, 그럼에도 소설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언제나 육체와 글쓰기 그리고 감정과 세계의 뒤얽힘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에서 나는 아쑤라는 여성의 음탕한 웃음소리에 심취해 무의식중에 엄마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깨닫는다. 엄마가 자살하면서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썼지만, 이제는 엄마를 닮은 아쑤를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아쑤는 발기하고 사정하는 음경이 없지만 내 몸 가장 깊숙이 들어왔다. 아쑤는 내게 말한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네게 이 일을 드러내주기 위한 거였어. 영원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거지.” 여기서 천쉐의 그림자를 얼핏 보게 된다. 오로지 사랑과 글쓰기밖에 없는 삶을.

 

「이상한 집」에서 색정소설가인 나는 타오타오라는 여성과 사랑을 나눈다. 마흔 살의 나는 사실 욕정으로 가득한 방에서 온종일 침을 흘리며 혼잣말하는 침대나 다름없다. 이런 쓰레기인 나를 타오타오는 좋아한다. 나는 그녀를 위해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지어내는데, 그 안에서 또 다른 동성애가 펼쳐진다.

 

「밤의 미궁」의 주인공은 남편 아페이와 나, 그리고 그녀다. 우리 셋은 한 몸으로 찰싹 달라붙어 관계를 이어간다. 사건은 ‘미궁’이라는 술집에서 일어나지만, 이 모든 것은 환영일 수도 있다. “모든 인생은 미궁 속으로 들어간 흰쥐 같아. 미궁 속에서 계속 실험 대상이 될 뿐이야.” 처음 나오는 이 문장이 작품 전체를 휘감는다. 환청, 망상, 광기, 최면이 지배하는 실험적인 소설이다.

 

「고양이가 죽고 나서」는 고양이의 죽음에서 첫 문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기억은 세 살 때로 거슬러간다. 그때 엄마가 죽고 나는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표현했다. 그 후 외삼촌이 사고로 죽고, 이어서 할머니까지 죽자 나는 텅 빈 집을 지키게 되었다. 어느 날 기억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가며 야마오가 등장한다. 야마오가 내게 입을 맞췄다. 그 입맞춤이 내 머리칼과 눈썹, 눈, 코, 입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내 몸은 물에 젖은 새끼 고양이처럼 그녀의 입맞춤과 애무 아래 멈추지 않고 떨렸다.

 

네 편의 소설에서 ‘나’의 치열한 욕정에 불을 붙인 사람은 뜻밖에도 여자였다. 키 크고 풍만한 육체가 나를 안는다. 접촉해서는 안 되는 부분에 닿는 것은 자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렇게 나는 집어삼켜진다. 남자들의 욕망과 탐욕스러운 눈빛은 여성들의 아름다움과 오만함에 영양을 공급해준다. 그런 영양을 여성은 다른 여성에게 쏟아붓는다. 사랑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사랑은 글쓰기와 이야기 들려주기 안에서 이뤄진다.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에는 주인공이 읽는 두 권의 책이 나온다. 카뮈의 『이방인』과 카프카. 『이방인』의 첫 구절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이 소설의 내용과 일치한다. 주인공은 또 카프카를 읽으면서 자위한다. 소설 속 끝없는 미로는 카프카의 소설 『소송』을 떠올리게도 한다.

목차

신판 자서_소설의 운명

 

1.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2. 이상한 집

3. 밤의 미궁

4. 고양이가 죽은 뒤

 

후기_칭慶에게

어떤 악이 있다는 것인가?_양자오楊照

옮긴이의 말_어떤 유형의 정체성도 존중되어야 한다

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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