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미식회는 생명공학과 음식의 경계가 사라진 근미래, 한 젊은 미식 칼럼니스트가 겪는 아름답고 섬뜩한 식경험을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은 유전자 조작, 인조고기, 젖소의 처녀 수유 같은 첨단 식품 기술과 마주하며, 음식을 둘러싼 진심과 착각, 윤리와 생존의 경계를 넘나든 다. 이야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은 지금 우리가 이미 접하고 있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냉소적이지 않은 시선도 이 작품의 포인트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현장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음식이라는 생명의 결과물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을 조용히 건넨다. 식재료 하나하나에 깃든 기억, 그리고 감정도 함께 이야기하는데, 어릴 적 젖소와 함께 자란 주인공이 소머리곰탕을 앞에 두고 눈물겨운 회상을 떠올리는 장면은 감동과 함께 실소를 자아내는 아이러니로, 단순한 음식 서술을 넘어 독자의 마음을 붙드는 인간적인 공명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이 소설은 유전자 조작 작물, 식량 종자, 바이오 아트 같은 논쟁적 이슈들을 현학적이지 않게, 그러나 놀랍도록 깊이 있게 다루며, 과학소설로서의 면모도 충분히 제공한다.
이세계미식회는 우리가 먹는 것만큼,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혀끝에, 마음 끝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