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우주를 모른다
무중력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인간은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는 고립과 압박, 육체적 적응과 생리적 변화, 심리적 불안과 외로움을 견디는 우주비행사들의 치열한 여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종이학 접기, 식사하는 모습, 장기자랑처럼 예상 밖의 항목들이 포함된 선발 과정은 냉혹한 우주의 현실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전한다. 동시에 사체 충돌 실험이나 장기 침상 연구, 멀미 저항성 테스트 등의 훈련이 이어진다. 세계 유수의 우주 기관에서 훈련받고 실제 우주 비행에 참여한 이들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몸과 정신이 우주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지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그럼에도 삶의 끝을 각오하고 비행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용기와 열망을 증명한다. 우주비행사 보니 던바는 “설령 내 삶이 화성 임무에서 끝난다고 해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는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70세가 넘은 지금도 여전히 그 꿈을 품고 있다.
우주 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심도 있게 풀어낸 이 책은, 우주를 향한 꿈을 품은 과학자나 우주비행사는 물론, 우주에 관심을 가진 모든 독자에게 구체적인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중력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인간의 모습은
찬란하게 눈부시고 아득하게 눈물겹다
인간이 중력이라는 지구의 굴레를 벗어나 우주로 날아오를 때, 그 모습은 찬란하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도전이 숨어 있다. 제한된 식사와 수면, 불편한 배변 활동, 타인과 밀폐된 공간에서 겪는 갈등 등 지구에선 사소한 일상조차 우주에선 생존의 변수로 작용한다. 또한 무중력 환경에서는 근육과 뼈가 약해지고, 체액이 머리 쪽으로 몰려 얼굴이 붓는 등 다양한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이는 정신적 피로와 불면증으로 이어져, 때로는 동료나 지상관제 센터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인간은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는 이처럼 눈부시지만 고된 인간의 도전을 담았다. 무중력 속 인간의 적응 과정과 그 안에 담긴 과학을 통해, 우주로 향하는 여정이 단순한 기술 성취가 아니라 존재의 한계를 확장하는 이야기임을 전한다.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인간적이지만 과학적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
우주 이야기는 흔히 거대하고 신비로운 서사로 다가오지만, 이 책은 그런 통념을 뒤집는다. 과학 논픽션 작가 메리 로치는 어렵고 생소한 주제를 웃음을 자아내는 문체와 집요한 탐구력으로 풀어내며, 지구 밖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우주황홀증, 우주 멀미, 수면 장애, 개인위생 같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부터 예상치 못한 실패와 사고의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고군분투까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인간은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과학적 엄밀함을 유지해 균형을 이루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 질문에 흥미롭고도 성찰적인 답을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우주 생존 보고서다.